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좀머씨이야기 |  | |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역자 : 유혜자 / 출판사 : 열린책들 / 출판일 : 1999/12/10 / 페이지수 : 122
내가 읽은 ´좀머씨 이야기´는 베스트 셀러는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제목에서부터 무언가 끌리는 것이 있었다. ´좀머 씨 이야기´. 좀머씨가 그려져 있는 표지와 시집같이 싸여져 있는 책 또한 마음에 들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어린 시절을 쓴 것 같은, 읽어보면 수필 같은 친근감이 드는 책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사진, 단 한 장만이 있다고 하는 사진을 보면서 나도 좀머씨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 읽고 나니, 주제는 뭐지? 라는 생각밖 들지 않았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았는데,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듯도 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아니, 어쩌면 그 소년이 다시 한번 언급을 해줘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좀머 씨가 제대로, 목소리다운 목소리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말이기 때문에 더 인상이 깊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이 말이 인상에 남았다. 우박이 떨어진 길을 걸으면서 좀머씨는 입을 벌리고 약간의 공포에 떠는 그런 모습인 것 같았다. 그는 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걸었으며 사람들 모르게 사라졌을까. 그가 걷는 다는 것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았던 나에게 던져지는 스스로의 질문이었다. 그 이유는 과연 그 소년은 알고 있을까. 좀머씨를 찾는 것도 재미이지만 처음에 시작되는 귀여운 꼬마의 어른스러운 척 하는 모습도 입가에 웃음이 돌게 했다.
좀머씨는 굉장히 튼튼한 사람이다. 끄떡없이 아침 일찍부터 그 날의 끝까지 좀머씨는 모든 것을 걸어서 시작하고 , 또 걸어서 끝내버렸다. 사람들이 자신을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내 눈에는 좀머씨는 사람들의 관심이 어쩌면 필요할 거라 보였다. 물론, 사람들이 물어보는 말에 조그맣게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그런 얘기를 하는 정도라도 다행이라 생각할 만큼 은둔자 같았다.
그의 아내도 그와 같은 성격인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안 나오다 하루 나와서 1시 정도쯤, 이제껏 만든 인형을 우체국에 부치고, 시장보고 바로 집으로 들어가 다시 일주일. 마을 사람들에게 풍경은 모두 익숙해져 있는 모습과 모두 그려러니 하고 넘어가는 평범한 일상.
작은 꼬마는 이런 생활 속에 꼬마가 성장하는 모습을 담으면서 좀머씨 이야기를 잇는, 매개체랄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활력소랄까. (하지만 읽다 보면 좀머씨에 관한 이야기든,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든 푹 빠져버렸지만)
좀머씨가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자신이 이제껏 가지고 지니고 다니던 지팡이(호두나무로 자신의 키보다 큰)를 내던져 버리는 좀머씨를 보고, 한심하단 생각과 동경이란 두 생각이 겹쳐버렸다. 이미 좀머씨는 자신의 또 다른 길을 향해서 또 다시 걷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는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나아가는 좀머씨를 동경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한탄이든 원망이든 또는 자신이 사랑했던 세상이었을 지도 모르지. 그런 세상을 버리고 아무도 몰래(소년은 봤지만 그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사라져버린 좀머씨를 또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
나는 아직도 좀머씨는 죽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라졌다´라 말하고 싶다. 좀머씨를 통해서 소년도, 나도 많은 것을 얻었다.
이 책은 몇 번씩 읽음으로써 그 감동이랄까, 그런 감정이 더 깊어지고 읽은 사람 또한 따뜻해지는 그런 책인 것 같다.
좀머씨는 오늘도 걷는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