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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파트릭 랑보 : <전투>

역자 : 김철 / 원서명 : La Bataklle / 원저자명 : Patrick Rambaud / 출판사 : 세계사 / 출판일 : 2001년 9월 28일 / 페이지수 : 344

<승리를 향한 진군, 죽음을 향한 발걸음>
유럽대륙에 자유주의, 평등주의의 물결을 전파한 인물로서의 나폴레옹, 역사는 그를 기억한다.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프랑스를 제1의 평등국가로, 그 당시 존재하는 모든 자유와 평등을 긁어모은 가장 이상적인 국가로 만든 인물로 기억하는 것이다. 1등만을 기억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마냥, 나폴레옹 뒤에서 진실 되게 싸웠던 사람들의 이름은 그다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아스페른-에슬링 전투에 대해 우리는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나폴레옹이 승리를 거둔 전투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이 책은 그 전투에 대해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로 각색한 책이다.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나폴레옹의 위대함을 찬양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영웅적인 전투를 벌여왔는지 칭송하기 위한 책은 결코 아니다. 아니, 그 반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와 함께 싸웠던 사람들이 그에게 그다지 충성치 않았음을, 각자 같은 곳에서 전투를 벌였지만 결코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전파했노라고 이야기하는 자유, 평등주의는 결코 평화와는 관계가 없었음을, 그들이 벌였던 전투가 얼마나 참혹하고 잔인했는지 이 책은 너무도 사실적으로 써 내려가고 있었다.
하나의 평화로운 마을을 점령하고는 보이는 여자들을 농락하고 성폭행하면서 군인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떠나와 느끼는 향수를 치유하고자 한다. 전장에 나가 싸우면서도 안나만을 생각하는 르죈느, 안나를 차지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르죈느가 전쟁에서 죽어버리길 은근히 바라는 앙리 벨르, 나폴레옹이라는 같은 상사 밑에 있으면서도 장교들. 그들이 벌이는 전투는 결코 그들이 원하기 때문에 벌이는 것이 아닌, 황제를 위한, 나폴레옹 한 사람의 명예를 위한 원치 않는 전투로 그려지고 있다.
전투에서 죽어나간 영혼들에 대한 묘사는 이 책의 압권이라 말해도 될듯 하다. 30여 시간 동안 4만여 명이 죽어나가는, 3초에 한 명씩 죽어나갔다는 책표지에 쓰여져 있는 이야기는 그저 단순한 숫자상의 표기일 따름이다. 그 어마어마한 숫자가 더더욱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책에 쓰여진 구절구절이 너무도 사실적이기 때문이다. 부상자에게는 제대로 된 조치가 처해지지 않는다. 살 가망이 없어 보이면 그저 방치할 따름이다. 총을 맞은 경우, 썩어나가는 팔, 다리를 지져 신경을 마비시키고 톱으로 절단하는 게 의사라는 자가 부상병에게 행하는 유일한 치료방식인 것이다. 살아있는 자들은 휴식을 취할 때마다 죽은 동료의 시체를 베고 누워있게 된다. 원하던, 원치 않던....
모든 사람들이 나폴레옹 곁에서는 그를 보위하고 아부하기에 전념한다. 하지만 전장에서 실제로 싸우는 사람들은 나폴레옹이 미쳤노라고 이야기하고, 이 전쟁은 그의 배를 불리울 따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명예를 위해, 그의 정권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아니, 오히려 책에서는 프랑스군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수 있도록 나폴레옹이 직접 다리를 제거했노라는 식의 문장도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남아있는 자들 중에서는 성한 자가 없다. 전쟁 와중에서도 꿈꾸던 안나는 자신의 옛 애인을 찾아 떠나버리고, 비엔나로 나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르죈느에게 남은 것은 좌절뿐이었다.
프랑스 군은 결과적으로 오스트리아에 승리했다. 오늘날 그 전쟁은 나폴레옹이 거둔 수많은 승리 중에 하나로만 기억될 따름이다. 그곳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넋, 그들의 행군이 죽음을 향한 발걸음이었음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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