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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문열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출판사 : 다림 / 출판일 : 1998/12/24 / 페이지수 : 158

<엄석대 왕국은 허상이다>
이문열의 작품들로는 ´사람의 아들´, ´영웅시대´, ´칼레파 타칼라´ 그리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처음으로 들었던 작품들이었기에 그냥 스쳐 갔지만 유독, 마지막 작품의 제목만이 끌렸던 이유는 뭘까? 영웅이 어떻게 일그러질 수 있을까? 나는 바로 학교 장서실에 가서 책을 빌렸고, 1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으로 나는 이문열씨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현실 사회의 어떤 질서나 구조에 대한 칼날 같은 비판과 부정의 태도가 물씬 풍겨 나는 소설들만을 쓰는 이문열씨가 너무도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독자를 끝까지 끌어가는 그 문장력은, ´독서의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흐뭇한 경험을 새삼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권력의 형성과 몰락, 이 과정은 어쩌면 이 시대가, 일그러진 영웅들만을 만들 수밖에 없는 슬픔의 원인일 것이다. 뜻하지 않은 ´나´의 전학은 엄석대 왕국에 결코 작을 수 없는 일이었
다. 그리고 ´나´와 엄석대와의 만남, 그 만남은 하나의 충돌이었다.
´나´는 엄석대 왕국의 체제와 구조가 모두 힘과 급장이라는 권력으로 이루어졌다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엄석대라는 지도자는 ´나´를 자신의 왕국에 편입시키려 노력한다. 은근한 의식의 굴절과 마비로...... 하지만 ´나´는 극히 비정상적인 엄석대 왕국에 편입되지 않고 저항의 몸부림, 더 나아가 개혁의 깃발로 대응한다.
소수 엘리트들이, 자칭 영웅들이라 설치는 몇몇들이, 우리를 독재 아닌 독재로 억누르고 핍박하고, 그래서 이제는 기막히지도 않는 현상은 절대 권력과 비리로 한 반을 독재하려는 엄석대 왕국과 다를 바 없었다. 엄석대 왕국의 이런 비민주적인 횡포를 알지 못하고 혹은 알면서도 권력의 무서움에 저항 못하는 반 아이들 모두는 현재를 살아가는 무지한 시민들과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개혁은 안되더라도 저항의 빛을 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기에 그리 슬프지 만은 않았다. 나는 ´나´가 엄석대 왕국을 ´자유와 합리´라는 원칙과 민주 시민의 정신으로 붕괴하고, 사랑과 평화가 늘 있는 반을 만들 것이라는 뒷 줄거리를 생각했다. 그리고 너무 뻔한 스토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내심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문열씨는 과연 국내 최고 고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사건의 흐름과 이에 따른 어떤 문제를 주시하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께 욕과 멸시를 받아 가면서 저항했던 ´나´였지만 결국은 포기하고 만다. 아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 아이들이 절대적으로 엄석대 왕국의 질서에 빠져 있었기에 ´나´ 혼자서는 무리였을 것이다. 엄석대에게 도전했던 유일한 인물인 ´나´였지만 깨어 있었던 지식인들도 권력 앞에 무
너져 버릴 수밖에 없었던 슬픔을 느껴야만 했다. 안타까웠다. 엄석대 앞에서 무릎을 꿇다니..... 내가 엄석대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나에게도 현실을 비판 할 수 있는 자유와 합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나를 안타깝게 한 것은 엄석대에 대한 ´나´의 굴절과 같은 단순한 사건 때문만은 아니었다. 포기의 깃발이 나중에는 복종으로 바뀌어 버리는, 그래서 마음속에, 꺼져가는 불씨처럼 약간이나마 있었던 ´자유와 합리´를 이제는 생각지도 않는 ´나´의 흔들려 버린 민주적 사고 방식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이제는 아무도, ´도덕과 양심´, ´자유와 합리´가 무너져 가는, 그래서 권력과 횡포와 누군가의 비열한 웃음만이 남아 버린 엄석대 왕국을 살릴 수 없단 말인가.
절대 권력 엄석대 주변에는 무지한 반 아이들, 알지만 장할 수밖에 없었던, 저항의 용기가
두려웠던, 그래서 오히려 곡학아세하는 ´나´와 같은 아이들, 굳어진 대세를 그냥 추인 하려는 무능한 담임... 이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권력과 횡포는 영원히 갈 수 없었다.
새 담임의 뜻밖인, 황당한 등장, 그리고 개혁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클 수 있는 변혁... 탈출구는 있었다. 세상에 영원한 공산주의는 없다. 새로운 개혁의 의지를 갈망하는 자들이 있기에, 자유와 합리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권력의 횡포에 저항하는 자들이 아직은 많기에, 엄석대 왕국은 영원히 갈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린 담임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크게 꾸짖는다. 엄석대의 횡포 앞에, 불의한 힘 앞에 용기 없이 굴복했던, 더 나아가 온갖 애교와 아첨으로 자신의 불의한 환경을 개혁하지 못하고 거기에서 이익을 챙기려 했던 반 아이들을, 매로 심하게 질책하셨다.
그랬다. 담임 선생님은 이런 정신으로 살게 될 앞으로의 아이들의 삶은 고단과 아픔뿐인걸, 그 아이들이 만들 다음 세상은 ´자유와 합리´라는 것은 찾아 볼 수도 없는 더러운 세상이란 걸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무지하고 어리석은 반 아이들이 겪을 앞으로의 아픔보다 지금의 깨달음의 아픔이 낫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이러한 아픔으로 마음속에 아직 남아 있었던 엄석대 왕국은, 엄석대와 함께 사라질 수 있었다. 그리하여 점점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되찾고 민주주의가 새로운 질서와 함께 자리 잡힌다.
내가 이 책을 빌린 자리에서, 그것도 평소 독서하는 시간이 빠르지 못했던 내가 1시간도 안 돼서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나´가 회상하는 형식으로 써서, 독자에게 소설적 재미를 더해 준 작가의 글재주도 원인이었지만, 30여년이 지난 후의 일을 그리며, 그 속에서 어떤 깨달음을 준 작가의 깊은 역량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나´의 사회생활, 그는 그 속에서 또 다른 엄석대 왕국을 볼 수 있었다. 그들만의 질서로 다스려지는 어떤 가혹한 왕국을... 그리고 기억 속에 아물거리던 엄석대를 상기시킬 수 있었고, 그 와중에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옛날 한 교실에서, 권력의 힘으로 반 아이들 전체를, 그리고 조금이나마 저항하려 한 약했던 자신을 그의 질서와 규칙에 빠져들게 했던 엄석대. 그래서 너무나도 커 보였던 엄석대 하지만 경찰의 힘조차 저항하지 못하여 끌려가는 지금의
엄석대는 너무나도 작아 보였고, 옛날 그 찬란했던 영웅이라 하기에는 보잘 것 없는 존재였다. 나는 여기에는 ´일그러진 영웅´의 뜻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엄석대! 그는 처음부터가 영웅답지 않은 영웅이었다. 그런 영웅답지 않은 인간을 영웅으로 보았던 반 아이들과 지금 우리들의 비뚤어진 영웅관과 같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책을 덮었다. 이 세상은 엄석대 왕국과도 같다. 아니, 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엄석대와 같은 일그러진 영웅들도 많고, 이런 영웅들을 추대해 주는 비열하고 무지한 인간들도 많다. 이문열씨는 내게 이런 더럽지만 현실인 사실을 다시 느끼게 해 주었고 결국, 엄석대와 같이 일그러진 영웅들의 몰락을 보임으로써 나에게 커다란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가르쳐 주고, 알아야 할 지식을 준 이 책을 놀기에만 급급한 우리 학생들에게 자신있게 권하고 싶다.
영웅에 대한 희미한 정의를 안고, 나도 이제부터 내 신조의 진정한 영웅은 나의 소중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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