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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  | |
| 하성란 :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 출판일 : 2002년 3월 30일 / 페이지수 : 298
하성란 신작 <푸른수염>의 상황 설정은 93년 베를린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리안 감독의 <결혼 피로연>과 너무나 흡사하다. 단순한 우연이라고 받아들이기엔 두 작품의 배경이 너무나 유사하고, 또 설정상황이 너무나 이례적인 것이기에 몹시 당혹스럽다. 뭐랄까, 마치 60억 원짜리 복권이 9년의 시차를 두고 연달아 당첨된 것 같은 경이감 같은 거랄까.
왜 하필 소설의 남자 주인공은 영화에서처럼 ´이민2세´여야하고, 또 ´외국인´ 남자를 애인으로 두고 있는 ´동성연애자´이어야 할까.
왜 하필 소설의 남자주인공은 영화에서처럼 ´늙고 부유한 아버지´를 두고 있고, 아버지의 간청 또는 강압에 못 이겨 ´이성과 결혼을 해야하는´ 동성연애자이어야 할까.
왜 하필 소설의 남자주인공은 영화에서처럼 ´푸른수염(턱주변에 푸르스름한 빛이 들 정도로 수염을 짧게 깎고 다니는 반듯한 외모의 남자)´이어야 할까.
하지만 왜 소설의 남자주인공은 영화에서와 달리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아닌 ´아버지의 돈´ 때문에 하기 싫은 결혼을 해야하는 사람이어야 할까. 우리가 사는 장소가 2002년 서울이 아닌 2002년 타이뻬이나 뉴욕이었더라도 이 책의 출판이 가능했을까. 리안 감독은 항상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례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상황 설정조차 영화의 말미에서는 커다란 이해와 감동의 한 부분으로 아우러진다.
하지만 소설 <푸른수염>은 어떠한가. 영화가 보여준 진지함도 뚜렷한 주제의식도 없다. 그저 빌려온 호화빌라 속에 오동나무 장롱 하나만 덩그라니 놓여있을 뿐이다.
(영풍문고 전재)
by http://www.edu.co.kr/kwank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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