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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한 열정 |  | |
| 아니 에르노 : <단순한 열정>
역자 : 최정수 / 원서명 : Passion Simple / 원저자명 : Annie Ernaux /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2001년 6월 20일 / 페이지수 : 78
<사랑의 독이 달콤한 이유>
프랑스의 유명한 여류작가의 짧은 소설은 듣던 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한 때 섹스의 여신마냥 돌팔매를 맞았던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가 ´포르노그라피´보다 ´나´와 ´때론´에 더 힘이 실린 평범한 에세이였던 기억처럼 오히려 솔직한 문장으로 욕망에 힘을 실은 글들은 호들갑스러운 반응이 무색할 만큼 정직한 글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글들은 아랫도리보다 두부를 강타하는 매력적인 글읽기의 맛을 준다.
<단순한 열정>. 참 잘 지은 제목이다.
열정이란 것은 정말 단순하기 그지없다. 이성의 영역이 침범하는 것을 사뭇 경계하는 이 열정이란 붉은 혁명은 머릿속을 온통 바이러스로 채워놓고 시종일관 온도계로는 측정 불가능한 욕망들을 품게 만든다. 하루 종일 한 군데에밖에 시선이 가지 않으며, 누군가에게 매혹된 후부터는 내가 모르는 그 사람의 시간을 미친 듯이 찾아 헤매고, 질투하고, 복수하게 된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 ´열정론´ 위에 포개놓는다.
그녀의 문장은 잘 갈린 칼처럼 선명하게 열정의 순간들을 박제해 놓는다. 한 인간이 다른 무엇에게 얼마나 강렬하고 격렬하게 집착할 수 있는지를 단단하고 차가운 직설적 문장 위에 새기는 것이다.
A라는 한 남자를 향한 이 구체적인 일기장은 연서의 형식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절절하다. 당신이 보고 싶어, 당신이 그리워가 아니라, 그의 존재 혹은 부재만이 있을 뿐이라는 참담하리만큼 솔직한 고백은 위험한 열정의 단순함이 서럽도록 그리운 감정에 사실은 깊이 닿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슬펐다. 책 표지의 코발트 빛 우울이 전염된 듯 내게로 왔다. 누군가를 잊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믿기 싫을 만큼 빠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와 비슷한 빠르기로 잊었던 열정의 순간들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어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더욱 더 그 진실성을 획득하기가 쉬웠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에르노. 그녀에게 빠진 한 남자가 화답 형식처럼 <포옹>이란 책을 썼다고 한다.
인간이 차갑게 식지 않는 한, 단순한 열정의 기복이 멈추지 않는 한, ´사랑´은 여전히 집착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소재이자 주제이다. (교보문고 전재)
by http://www.edu.co.kr/kwank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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