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DMZ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1997/1/30 / 페이지수 : 260

<분단이 낳은 비극의 현장>
2000년, ´JSA 공동경비구역´이라 하는 영화가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소설 ´DMZ´는 영화로 인하여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게 되었고, 책은 그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은 강릉 해안 잠수함 침투, 황장엽 망명 등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난 1997년 초에 출판되었다. 그와 같은 정세를 잘 반영하며, 소설은 시종일관 현실을 압도하는 상상력을 보여준다.
인민군이었던 아버지가 제3국을 택한다는 이야기는 마치 최인훈의 ´광장´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광장이 한국의 정치 현실을 사변적으로 비판한, 그래서 패기는 만만하지만 소설로는 다소 엉성하고 설익은 작품으로 내게 보였던 것과는 달리, 이 소설은 좀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다시 말해 실제 인물인 박헌영이 숙청되는 과정과 맞물려 어쩔 수 없이 제3국을 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데올로기에 실망해 제3국행을 하는 이명준에 비해 현실적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임수경의 방북, 아웅산 테러 등과 같은 실제 사건을 언급함으로써 소설의 사실성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소설에서 언급되는 ´펀치볼´이란 지명 역시 실제로 DMZ구역 안에 존재한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소설을 현실로 착각하게끔 만들어준다.
소설의 구조 역시 탄탄하다. 아버지의 일기 속에 등장하는 자신의 동생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는, 이데올로기의 총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물어뜯을 수밖에 없었던 김수혁의 이야기와 맞물려 사건의 비극성을 더해준다. 특히 오경필이 손에 든 것이 총이 아닌 김수혁이 선물한 지포 라이터였다는 사실은 그 비극을 한층 더 심오하게 만든다. 이는 ´젊은이들은 분단이나 전쟁이란 것에 분명 무심하다. 그러나 막상 총소리가 나면 전쟁을 연상하고 잠재된 폭력성을 드러내게 마련´이라는 작가의 말과 함께 분단이 역사가 낳은 어쩔 수 없는 아픔임을 깨닫게 해주는 요소이다.
또한, 중립국 감독위의 눈을 통해 본 사건은 지극히도 객관적이다. 그가 제시한 사건의 가정들은 일방적으로 남한을 혹은 북한을 옹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객관성은 아버지의 비극과 이 땅의 비극을 연결시킴으로써 무미건조함을 탈피한다. 그것은 그가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사람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선우휘의 단편소설 ´단독강화´는 남북 병사 모두가 죽음으로써 마무리된다. 이문열의 ´아우와의 만남´, 이순원의 ´혜산 가는 길´ 역시 남북 양쪽 사람들의 진정한 만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소설 DMZ 속에서의 만남 역시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된다. 시차를 두고 쓰여진 소설들의 이야기가 똑같이 비극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은 그만큼 분단과 대립의 현실이 참혹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사이에 철조망이 가로놓여 있고 양쪽 군대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한 사람들 사이의 어떠한 만남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설은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는 한계점을 보여준다. 김수혁의 취조를 통해 모든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건의 실질적인 해결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단순히 진실을 아는 평범한 사람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DMZ 구역 내에서의 움직임이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김수혁과 남일병이 보초를 설 때마다 오경필과 정우진 역시 보초를 섰을 가능성도 희박하고, 한 두번 정도도 아닌 수시로 남방한계선을 넘어가는 것 역시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그러나 작가는 남일병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통일해야 될 대상은 북한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적이 아니라, 우리와 손잡고 같은 나라를 건설해 나갈 친구이고 동지라는 거죠. 그래서 국보법은 철폐......˝
이는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한 상태로 이산가족간의 만남을 진행시키는 등 스스로 국보법을 위반하고 있는 정부의 행위를 비판하고, 나아가 진정한 통일을 염원하는 작가의 마음인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소설은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등의 정세에 맞춰 젊은 세대에게 분단에 대한 새로운 화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교보문고 전재)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