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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희의 사랑 |  | |
| 이근일 : <무희의 사랑>
출판사 : 산성미디어 / 출판일 : 2001/9/15 / 페이지수 : 308
평소 머슴(이근일)님의 글향기를 흠모하는 터라 기대감이야 충만하였지만 그 기대 이상으로 즐거운 소설읽기였습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월요일 퇴근 이후라서 몸은 많이 피곤하였지만, 이 한 권의 소설을 손에 들자마자 밤늦은 시간까지 단숨에 읽어버렸을 정도였지요.
<무희의 사랑>이라는 제목을 본 순간 잠시 스친 느낌, ˝너무 통속적인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우려는 책을 다 읽고 난 이 후 좀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밀려 온 감동과 기쁨으로 바뀌었습니다.
근 20년만에 재회한 사랑은 변사체에서 식물인간으로 변하여 강력계 형사반장인 주인공 우영 앞에 기구하게 나타났다. 회한의 심정으로 범인을 찾아가는 현재형 서술과 20년 전 문신처럼 가슴에 박힌 스무 살 시절의 처절했던 사랑의 추억, 이를 되새김질하는 과거형 서술.
이 둘을 중첩하여 서술하는 이야기 구조는, 때로는 써스팬스의 스릴을 때로는 멜로 드라마의 눈물을 야기함으로써 독자의 이성과 감성을 마음껏 유린(?)한다.
머슴님(이근일)의 소설은 따뜻하다. 올곧은 정의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총총히 박아놓은 구조 속에서 인간관계, 가족관계의 따뜻함을 굳건히 유지한다. 초반부에 시작했던 등장인물들의 비인간적인 모습들이 소설 말미에 이르면 모두 화해를 하고 인간의 정에 무르녹는 광경들이 독자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과거 경제적 질곡과 가치관 혼돈의 시기를 겪어 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며, 그리하여 다시금 우리가 되찾아야 할 준거들은 무엇인지를 keyword로 숨겨 놓고 있는 소설들이다.
˝우리는 진정 누구를 위하여 사랑하는가.
사랑은 단지 사랑을 위하여 존재할 뿐이다.
사람이 사람을 등지고 떠날 뿐
사랑은 언제나 거기에 머물러 있어서
우리에게 슬픈 노래를 들려주곤 한다.
우리가 잊어버린 철지난 바닷가,
비바람이 달려가는 들녘,
송이 눈이 내리는 회색도시,
울먹이며 흐르는 강,
안개에 사무친 산,
그 어디에도 우리가 내다버린 사랑이
떠나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다.˝
(소설 내용 중 일부에서)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은 일견 쓰기가 쉬울 것 같지만, 어렵다. 자칫 신파조로 흘러버릴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들에서 가장 많은 감동을 받으매, 작가들도 어이 사랑 이야기 쓰기 욕구가 적으랴! 정말 오랜만에 즐거운 사랑 이야기를 읽었으며, 읽고 난 이후 마음이 개운해 짐을 느꼈다.
서점에 진열된 한 권의 소설들이 흔히 빠져있는 ´가벼움´이 없다. 머슴님(이근일)의 소설은 시원한 글발과 더불어 결코 무겁지 않은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사변(思辯)과 감상(感傷)에 젖는 일도 결코 없다. 남성적인 힘찬 문장으로 펼쳐지는 씩씩한 이야기 전개 속에 재미와 감동뿐만 아니라 따뜻한 무게감까지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근래 신간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수많은 작가들의 여성 취향적인 냄새와 나약한 소설구조에 포도송이처럼 매달린 개인적 감상주의가 싫었기 때문이다. 대중성의 양념을 친 설익은 주장들은 또 얼마나 유치하게 소설로 포장되어 진열되어 왔던가?
이에 반하여 기존의 이름 있는 작가들은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두꺼운 외투를 걸친 채 일반대중의 입맛과는 별도로 자기들 나름의 지적 귀족주의의 울타리 안에서 현학적 화분을 가꾸는 지경은 아닌가?
<무희의 사랑>은 이러한 나의 불만들을 다독거려준 소설이다. 그리하여 현재 우리 소설의 새로운 자리매김이 건강하게 자리잡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하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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