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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언의 도시 |  | |
| 윤애순 : <예언의 도시>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1998/2/20 / 페이지수 : 336
<무너져 가는 절망을 예언하려는가>
호흡이 간결하고 압축된 문장으로 급격하면서도 도도한 메콩강의 흐름을 대변해 주는 문체가 이 작품의 성격을 드러내 준다고 하겠다. 실제로 동남아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있으면서도 우리의 의식 저편에 존재하는 캄보디아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한 인간 군상들의 필연적 만남을 전제로 한 이야기의 전개는 지극히 예언적이다.
장님이나 신체적 불구자와는 달리 말을 못하는 벙어리나 귀가 안 들리는 설정은 자못 신비롭다.
´타´의 딸 ´스라이´는 그래서 그 척박한 환경이 오히려 순수로움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가능성은 순수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처럼 보여지는 남상훈에게까지 연결되어진다고 본다.
그리고 조지, 숙영 등이 얽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절름거리며 살아가야 하는 인생에 대한 것들이다. 물론 이 절름거린다는 상황은 공산 캄보디아가 겪어야 하는 상황에 다름 아니다. 1수상, 2수상이 있는 언밸러스한 정치 상황에 더욱 언밸러스함을 던져 주는 관리들의 부패와 착취, 그런 힘과는 거리가 먼 핍박 또는 억압이라는 이름의 일상을 지내야 하는 평범한,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생들이 겪어야 하는 좌절과 혹간 보이기도 하는 희망인 척 하는 몇 가지 작은 성취는 결국 프놈펜이라는 공간을 칠흙 같은 빛으로 채색해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그 억압된 소원, 욕망, 분노들이 붉은 색의 메콩강으로 흘러가는 것인가? 강이라는 의미는 이 작품에서 뿐 아니라 어느 경우에도 용광로 같은 역할을 하지 않던가!
작가는 무엇을 예언하고 싶었는가. 분노는 억압이 클수록 더욱 커지지만, 결국 한없이 커진 분노는 좌절을 불러온다는 것을 말한다고 본다. 붉은 색이 던져 주는 공포는 파란색으로 희망을 찾으려고 하는 등장 인물들의 허망한 몸짓으로 표현된다는 상황은 이 도시에 예언이 없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찍이 불교를 받아들였소
스스로를 정화하지 않으면 다음 세상에서 벌을 받게 된다고 배웠지요.
절대로 복수 같은 건 용납되지 않았소.
내가 받는 부당한 대우는 다 내 업의 결과이니까요.
주변의 여러 나라들, 특히 베트남이나 태국의 침략으로
괴로움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스스로를 정화해야 한다고,
그래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던 거요.
불란서인들이 들어와 우리의 것을 빼앗아가고,
우리의 혼을 망쳐도 우리는 법어만을 외우고 있었고.
그런데 누군가가 그렇지 않다고 가르친 거요.
마음 속에 짓눌려 있는 진실을 말하라고,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책임질 수 있다고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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