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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보는 길
정채봉 : <눈 감고 보는 길>

출판사 : 샘터사 / 출판일 : 1999년 11월 17일 / 페이지수 : 214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따스한 언어들>
˝반란군이 입성했습니까? 어떤 기미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반란군도 양성이 있고 악성도 있으니까요.˝
동화작가 정채봉은 1999년 11월 간암일 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그날 그는 대학 다니는 딸아이를 불러내 맥주집을 찾는다.
˝리태야, 아빠하고 헤어져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지?˝
그리고 섣달 그믐 무렵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반란군은 제압됐다. 최근 발간된 에세이집 <눈을 감고 보는 길>(샘터간)에서 정씨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이야기를, 역시 동화처럼 담담히 풀어놓는다. 슬리퍼를 들고 따라오는 딸을 뒤로 하고 수술장에 들어갈 때의 비감함, 마취 덜 깬 귀에 ˝성공입니다˝ 하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강 메아리처럼 울려올 때, 한 번 눈을 감으면 다시는 못 뜰 것 같아 계속 눈을 부릅뜨던 중환자실….
에세이집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투병 이야기엔 생명과 가족, 이웃에 대한 감사와 무한한 애정이 묻어난다. 나머지는 고향, 어린 시절, 가족, 피천득 선생 등 친지에 대한 단상, 그리고 IMF 구제금융 여파로 고단하게 사는 이웃에 관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섣달 그믐날 우연히 공중전화 부스에서 흘러나온,
˝너희 남매 옷은 사서 소포로 부쳤다. 다음 명절 때까지 희망을 갖고 살자˝
라는 남자의 힘없는 목소리를 듣고 눈물 훔치는 그의 따뜻한 감성에선 속기 없는 종교적 청정함도 느껴진다. 모두가 아무렇게나 쓰는 낱말들도 그의 마음 속에 들었다 나오면 맑게 행궈지는 것 같고, 그 마음을 따라 읽으면 어느새 마음이 포근해진다. 법정 스님은 추천사에서,
˝속이 찬 사람들은 크게 앓고 나면 그 삶에 무게가 실리고 보다 겸허해진다˝
고 적었다. (영풍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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