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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서 왕처럼 살았소
김성길 : <나는 한국에서 왕처럼 살았소>

출판사 : 창작시대 / 출판일 : 2001/8/1 / 쪽수 : 280

<나는 한국에서 소설가처럼 글썼소?>
김성길의 소설 ´나는 한국에서 왕처럼 살았소´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독자들의 애증을 거친 화제작이면서도, 결코 세인의 화두로 떠오를만한 흡인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일단 장르의 원칙을 고수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작가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너무나도 드러내놓고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소설로서의 가치를 완벽하게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반면에 일반 소설이 갖추지 못한 르뽀르따지적인 부분 및 실물 경제라는 다루기 힘든 분야를 과감하게 작가 특유의 뒷심 있는 돌파력으로 커버한 점은 소설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작금의 현실에서 하나의 참고가 되는 수준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고 보인다.
과도한 자신만만함과 함축적이고 독기 어린 대사로 점철된 저자의 서문에서 드러나듯이 ´나는 한국에서...´를 접하는 독자들은 그 천연덕스러운 악마주의적인 필체와 더불어 작가 특유의 탐미주의적인 문체를 통해서 자못 의심이 가는 여러 가지 한국 경제 및 사회의 어두운 이면들에 전면적으로 노출된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흥미진진한 느낌을 받았다기보다는 과연 이러한 고백록적 소설이 진정 작가 서문에서 밝힌 대로 그러한 야심만만한 주제를 담백하게 고백했다고 보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소설로서의 내러티브를 볼 때 주인공인 캐빈 강의 성격 묘사가 자못 혼동스러운 점을 들 수 있다. 다분히 초점이 없는 성격을 부여했으며, 일련의 등장 인물들과 이루는 관계는 그 동기 부여가 거의 생략되거나 아니면 대부분 무시되어서 독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한다. 그리고 무의미하게 냉소적으로 내뱉는 등장 인물들의 대사는 다분히 흥미 유발적인 단말마일 뿐 사건전개에 있어서 어떤 단서나 복선을 함축하지도 못한다. 아니 꼭 캐빈 강뿐만이 아니더라도 본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는 정상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인격을 갖추지 못했으며, 이러한 점은 한국 경제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작가가 자체적으로 생산해 낸 비현실적인 인간상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저자가 그렇게 다른 기업소설까지 폄하하면서 내세운 이 소설의 가치는 자못 평가 절하된다고 볼 수 있으며,
˝미심쩍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좋다.˝
라며 진정한 리얼리티를 내세운 이 소설의 강점은 오히려 취약점으로 둔갑하는 모순을 초래하는 것이다.
영화나 기타 다큐멘터리의 장면 전환을 보듯이 소설의 구성은 다분히 피카레스크식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이러한 기법에 개인적인 스타일을 유지하고 또 내러티브를 위해서 효과적으로 사용한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할 말은 많은데 그걸 다 쓸어 담아내지 못해서 무분별한 시점의 혼동과 점프컷과도 같은 시공간의 일관성 없는 이동이라는 미봉책으로 소설의 스토리를 엮어 나가는데 급급하고만 있다. 즉 쓰는 사람은 자신의 현장 경험과 저자 서문에 밝힌 ´운 좋은 두 가지 사건´을 토대로 맘대로 쓸 테니 읽는 사람은 성의껏 알아서 읽으라는 그런 의도가 은연중에 내포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군데군데 무의미하게 등장하는 클리쉐적인 상황 묘사는 어떤 의미에서 볼 때 이 소설의 문학성에 차라리 돌을 던지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 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따지기는 시기 상조인 감이 없지 않다. 다만 만인의 영구불변 관심거리인 실물경제에 대한 현장 경험만을 무기로 이런 방식의 성의 없는 글이 책으로 묶여서 나온 것은 한국의 픽션문학에 더 이상의 유장미나 형식미, 구성미는 요구되지 않고, 다만 호사가적인 지적 욕구에 굶주린 소수의 독자 및 그것을 널뛰기 삼아 필력을 발휘하는 다수의 필자만이 한국 출판계에 공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독자보다는 이제 필자가 더 큰 시장을 형성해가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너도나도 조금이나마 얄팍한 지식만 있으면 글을 쓸 수 있는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이제는 그럴듯한 전문 지식을 백그라운드로 삼아 약간의 픽션적 요소만 첨부되면 누구나 소설가가 되는 현실을 유감없이 보여준 걸작(乞作)인 셈이다. 소설은 아무나 쓸 수가 있다. 그러나 소설가가 쓴 소설과 비소설가가 소설가를 흉내내서 쓴 작품에는 엄연히 노작(勞作)과 태작(怠作)이라는 차이가 있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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