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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꽃
김민기 : <눈물꽃>

출판사 : 은행나무 / 출판일 : 2001년 5월 25일 / 페이지수 : 300

<사랑이란 두 글자를 숭고하게 승화시켜 버린 사람들>
정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은경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화를 벌컥 냈던 사람, 무뚝뚝해서 말보단 행동으로 표현하길 좋아했던 사람, 그래서 은경의 생일 선물을 주기 위해 비바람이 치는 악천후 속에서도 배를 띄어 안개섬의 매화나무꽃을 꺾어다 주는 사람, 할 줄 아는 건 트럼펫 부는 거랑 싸움하는 거..... 하지만 그런 그는 자신의 온몸이 부서져 버리는 한이 있어도 사랑하는 그녀가 행복하다면 그만이었다.
그런 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여자 한은경. 그녀는 예뻤다. 죽산포를 한눈에 아름답게 했고 목석 같은 이정우 뿐만 아니라, 천하의 수재 오현진마저도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때로는 여리고 눈물도 많았던 그녀.
하지만 그녀만의 이정우를 위한 사랑 방식은 아무도 흉내조차 낼 수 없었다. 그랬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두 글자로 인해 자신의 희생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단지 상대방이 행복하다면 자신이 행복하기라도 한 듯 그렇게 고귀한 사랑을 했다.
그런 그들의 사랑을 더욱더 아름답게 승화시킨 사람이 있었다. 죽산포가 낳은 최대의 인물이라는 오현진.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머리를 겸비한 그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다. 그 역시 은경을 사랑했다. 하지만 단지 그는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정우와 은경의 사랑은 어느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언제나 행복하기만을 빌어주었다. 하지만 감정을 지닌 동물이었던 그 역시 그들의 예쁜 사랑에 자신도 모르게 슬픈 미소가 스치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죽산포, 매화나무, 안개섬, 트럼펫소리........
정우와 은경, 그리고 현진을 만나게 한 곳 죽산포, 푸른 바다처럼 고즈넉했던 정우의 트럼펫소리, 굴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고고함을 닮은 정우와 은경의 사랑처럼 향기로운 매화나무, 비록 죽었지만 정우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래서 은경마저 선택한 안개섬. 그 모든 것들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요즘처럼 이기적이고 자기 만족만을 위해 서슴없이 이혼해버리고 사랑의 참된 의미를 잃어가는 이 시대에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눈물꽃´이 상징하는 바는 순수의 표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성경에서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 더 큰사랑은 없다고 했다. 여기에 나오는 세 사람은 그러한 큰 사랑을 충분히 실천했다. 정우는 은경의 작은 행복마저 지켜주기 위해 하반신 마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의 모습이 짐이 될까 은경에게 냉정한 결별을 선언했다. 처음엔 의외의 배신으로 분노로 가득 찼던 은경 역시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았던 후엔 눈물로써 용서를 구했고 이정우의 곁에서 그전처럼 언제나 함께 하기를 원했지만, 간암 말기라는 무서운 병마가 어느새 정우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여기서 은경의 간호는 눈물겹도록 지극하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건 죽어가면서까지 은경을 생각했던 정우다. 병이 진행될수록 그는 힘겹지만 그런 자신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자신을 저주했다. 그래서 심지어 스스로 산소 호흡기를 빼는 자살 행위까지 한다. 그래서 은경은 결국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정우의 힘겨워하는 모습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우의 링겔에 치명적인 약물을 투여함으로 그의 목숨을 앞당긴다. 물론 사람의 목숨을 인위적으로 거두는 건 나쁜 일이다. 어떠한 이유든지 간에 구차한 변명일 가능성이 많다.
나 역시 안락사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현진의 변호대로 은경은 무죄이다. 은경의 행위는 숭고한 사랑을 위해 어떠한 희생도 불사한 진정한 큰 사랑인 것이다. 현진은 그녀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법으로 따질 수 없는 절대적 진리를 위해, 그리고 은경을 위한 자신의 사랑을 위해 훌륭한 변호를 했고 결국 은경은 1년 6개월이라는 가벼운 형량을 받은 후 다시 나올 수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큰 감동을 받았고 가장 많이 울었던 건 마지막의 현진의 용기이다. 모든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고 경직된 법정에서...
˝저는 피고를 사랑해 왔습니다. 물론 지금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정우와 은경의 사랑만큼이나 그 역시 아름다운 사랑을 할 줄 아는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사랑을 알고 있는 사람들. 아니, 그러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사람들.
책장을 덮으며 세상의 사람들도 이들처럼 맑게 정화된 마음으로 서로를 한 번쯤 더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랬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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