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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묘약 |  | |
| 양귀자 : <삶의 묘약>
출판사 : 샘터사 / 발행일 : 1996/11 / 쪽수 : 254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이야기들>
내가 이 책을 처음 본 건 학교 도서관에서였다. 이 책을 보고 제목에서 풍기는 무엇 때문에 선택을 하였고 첫 장을 넘겨 조금 읽어보았다. 하지만 그러면 무엇하나? 내가 어떠한 책을 읽은 목적은 책 속에 담긴 뜻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후감 숙제를 하기 위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모두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대충의 줄거리는 지은이가 겪을 일을 토대로 그것에서 얻은 느낌이나 자신의 삶으로 해석한 것을 글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을 쓰고서 나오기까지는 8년이란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너무 내용이 적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역시 그것은 책 머리에서의 내 생각이었다. 지은이는 처음에 자신의 방을 소개하고는 자신이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은 왼편에 제대로 못썼다고 생각하는 글은 오른쪽에 놓았고, 왼편에 놓인 글보다는 오른편에 놓인 글이 더 많았고 상당히 많은 분량이었으나, 다시 검토하여 보면 그것들이 거의 대부분이 왼편으로 갈까 봐서 과감히 버렸다고 하였다.
나는 이 대목에서 8 년 동안의 글이 왜 이렇게 적은지가 한 번에 이해가 갔다. 이 책은 큰 제목이 있고 그 속에 부제목들이 있는데, 내용이 많아 큰 제목 중 마음에 드는 것만 줄거리로 써보겠다.
처음의 큰 제목을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삶의 묘약이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다섯 번째인 ´초보운전으로 가는 생´이다. 여기에서는 초보 운전하는 차량 뒤에 어떤 차가 하나 있으면 분명히 클랙슨을 눌러 댄다는 것이다. 그리곤 곧바로 그 차를 앞질러 간다는 것이고 만약 그 초보운전을 하는 운전자가 여자라면은 더욱 그런 것이 강하다는 것을 말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운전을 못하는 초보 운전자라고 해도 운전 경력이 많은 사람과 교통 사고율을 비교해 본다면 운전 경력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비례가 아닌 반비례. 즉, 운전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초보보다 빨리 달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초보운전자보다는 교통 사고율이 더 높은 것이다. 너무 오만하기 때문이다. 그리곤 경력은 쌓일수록 겸손의 부피는 자꾸만 작아 진다고도 하였다. 또 비가 오거나 야간운행 같은 위험 부담이 따르는 시간대에는 보통 때의 교통 사고율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 결국은 경력자들이 내보이는 오만한, 경직된 사고방식, 까닭 없는 편견 같은 것은 초보에게는 없고 그들은 스스로가 초보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것들을 지은이는 인생에 빗대어 이렇게 말했다.
´초보인생을 운전하는 우리들의 기본자세는 끊임없이 반성하고, 어쩔 수 없이 겸손하고, 빗나간 길이거든 오만하지 말고 곧 되돌아오기´
라고 말이다.
두 번째 큰 제목은 일상 속에 던진 두레박에선 ´그리움도 힘이 된다.´가 제일 기억 속에 남는다.
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가 십 년만에 놀러왔고, 그녀는 여전히 옛날처럼 씩씩했다. 며칠이 지나고 계획했던 부산행도 취소하고 실컷 이야기나 하자고 한다. 그리곤 미국에선 거의 20년 동안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한 병이 없다고 하였고 그런 말을 하면서 친구의 목소리는 작고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돌아갈 날이 닥치고 공항에서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고 돌아오면서 결론은 홀로 외국에 떨어져서 삶을 일구어낸 그 친구의 마음속 기둥은 바로 그리움이었다고. 그리고 그 사실을 친구는 눈치 챘을까 하고 말이다.
세 번째는 같이 숨쉬기 위해서라는 것인데 이중에서 뽑으면 ´벌레 먹은 사과´이다. 뒤 베란다에는 어느 집이나 그렇듯이 미적 감각을 고려해 볼 여지가 없고 예외는 아니 여서 빗자루와 쓰레받기, 변색된 헌 솥들 그리고 벽엔 양파주머니, 마늘주머니 등이 놓여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주 근사한 곳으로 변신했으며 그렇다고 치장한 것은 아니고 단지 사과 한 상자는 들여놓은 것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베란다 문을 열면 사과향기가 나고 그 향기 때문에 베란다가 너절한 외간에도 불구하고 근사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사과 향기 때문에 주위의 많은 것들이 간직하고 있는 본래의 모습에 주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그러한 정신을 그대로 사람살이에 대입하였다. 꼭 필요한 것을 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이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새롭게 펼쳐지는 시간들 앞에 두려워할 이유가 없고, 그저 자신의 본래 향기가 무엇인지, 많고 많은 목숨들 속에서 자신만이 가진 향기는 어떤 것인지를 깨달았다. 너무 줄거리가 길어지는 관계로 자세한 줄거리 소개는 마치고 간단히 마음에 드는 것만 적겠다.
이어서 네 번째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인데 그 중에선 ´코스모스와 석류´가 재미있고 다섯 번째에서는 딸기가 끝물일 때이고 그 중에서 ´부엌에서 쓴 연서(戀書)´가 기억에 남는다. 여섯 번째가 가슴에 새간 날들이며 그것은 마지막 큰 제목인데 거기에선 ´수첩에 묶어둔 나이´가 가장 재미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주 생각했던 것인데, 어떻게 그냥 보통 생활을 하면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그런 이야기를 모아서 자신을 생각으로 썼다는 것은 나로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전에도 책을 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처음에 빌렸을 때는 다른 교과목의 수행평가를 하느라고 제대로 읽지를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교과목보다 빨리 과제를 내가지고 그야말로 정독으로 읽었다. 여태까지는 책을 읽을 때 이번처럼 많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내용이 나오면 지은이가 말하는 것에 나의 사상을 주입시켜 생각을 해보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쩌면 이렇게 한다면 더 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이러한 증상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계속되었다.
내가 아직은 많은 삶을 살아 보지는 못했으나 지은이가 겪은 것만큼 나도 겪은 것 같고 그런 내용과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면 마지막의 결론의 토대로 삼아 헤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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