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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경강해 |  | |
| 김용옥 : <금강경강해>
출판사 : 통나무 / 출판일 : 1999/10/24 / 쪽수 : 406
토요일 서점에 들렸다가 김용옥의 새 저서 <금강경강해>를 샀다.
대학시절, 우리 사회에 어떤 지적인 도전 의식을 심어준 그의 출세작 <여자란 무엇인가>와 <동양학 이렇게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90년대를 풍미한 포스트모던한 글쓰기는 이미 80년대 중반 김용옥에 의해 쓰여지고 있었다.
학술적 저서라면 흔히 생각하기 쉬운 논문 형식의 글이 아니라 일인칭 ´나´가 아주 강하게 드러나면서 현행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을 무시하는 파격에 저자의 사적 역사가 고스란히 또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그의 글쓰기는 너무나 혁명적이었다. 더구나 한 페이지를 넘어가기 일쑤인 그의 각주에 담긴 지식에 대한 자신감. 젊은 시절의 내 또래 대학생들에게 지적 치기와 질투와 도적의식을 심어 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의 수많은 저서들 가운데 불교와 관련된 글은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라는 현대 불교사에 대한 저서와 <화두, 혜능과 셰익스피어>라는 벽암록 강의집-겨우 앞부분만 다룬 것이 흠- 그리고 이번에 새로 출간된 <금강경강해>이다.
이 책의 특징은 우선은 불교 번역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란 점이다.
무비스님을 비롯한 고 이기영 박사 등 출가와 재가를 통틀어 1급 학승 학자들의 불철저한 판본 확정에 대한 비판에서 자기의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남의 생각을 고스란히 베끼다시피하는 우리 학문의 후진성을 뼈아프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고려대장경판의 우수성에 대한 재확인.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해설이 그 동안 수십 권의 금강경 해설서를 읽고도 뭔가 미진했던 나의 의심을 많이 풀어준 느낌이 든다.
내가 그 동안 읽은 금강경 해설서의 저자들은 적어도 불교학계에서는 알아주는 학자요 승려들인데 일개 문화 게릴라 지식 유격대 김용옥의 저서에 비하면 유치원생과 대학원생과의 차이랄까? 그런 격심한 수준차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로 시중에 나온 금강경 해설서로 내가 읽어본 것 가운데 추천할 만한 책은 무비, 금강경 강의, 민족사 문재현, 바로 보인 금강경, 바로 보인 출판사 송찬우, 뜻으로 본 금강경, 보현암 김용옥, 금강경강해, 통나무 정도이다. 문예출판사에서 이번에 번역 출간한 대만 사람 남회근의 <금강경 강의>도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하다.
김용옥의 저서 가운데 필독할 만한 것은 <여자란 무엇인가>,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절차탁마 대기만성>, <도올 논문집>, <독기학설>, <노자철학 이것이다>, <아름다움과 추함>.
김용옥에 대한 평가는 대개 나처럼 극단적인 찬양을 하는 이와 극도로 혐오하는 이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찬양과 혐오라는 그의 평가를 떠나서 그는 문제적 개인으로서 우리 시대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독창적인 지식인이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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