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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씨남정기 |  | |
| 김만중 : <사씨남정기>
역자 : 이래종 / 출판사 : 태학사 / 출판일 : 1999/6/15 / 페이지수 : 350
이 작품의 초점은 사씨부인의 행실과 덕에 있다. 그의 심적 변화와 행동이 이 소설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씨는 어떤 사람인가. 사씨는 덕성과 재주를 겸비한 훌륭한 여성이다. 관음상에 관음찬을 지을 정도로 문재가 뛰어나며 온화하고 유순한 인품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사씨는 교씨의 치밀한 계획으로 이루어지는 모함 속에서도 구차하게 변명하거나 투기하지 않고 정실로서 가져야 할 부덕(아내가 지닌 덕)을 행하며 가문의 번창을 위해 힘쓴다. 또한 부모에 대한 효성도 지극하며 부부관계에서도 친밀함과 공경의 마음을 갖추고 남편을 대한다. 이것은 부부가 근원적인 신뢰 위에서 친교를 이루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 자녀에 대한 사씨의 태도는 그야말로 자애롭고 극진하다.
자신이 낳은 아들 인아 뿐만 아니라 교씨(유연수의 첩)의 아들들에게도 그러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리고 아랫사람에 대한 자애와 친절은 그 노복들을 탄복하게 하고 따르게 한다. 여기서 사씨부인의 유교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극히 유교적인 사씨는 고행을 통해 불교적인 인간상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작품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면 불교적 믿음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씨부인의 고행과 역경의 과정, 그 후 찾아오는 행복과 안정은 불교의 진리를 담고 있다. 관음보살이 이 작품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작품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유교적인 가르침을 받으며 지내오던 사소저에게 들어온 관음상... 그것은 사씨가 처음으로 불교와 접하는 사건이라 생각된다. 물론 사소저의 집안도 불교를 극진히 신봉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종교로서의 색채가 짙은 불심이었다. 사소저는 관음상을 보고 그것에 관음찬을 지으면서 진정한 불교와 대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관음찬을 훌륭히 지어냄으로써 유연수와의 인연을 맺게 되고 고행을 거칠 때도 이 관음찬을 보면서 어떤 힘을 부여받는 것이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관음상과 사씨가 동일하다는 느낌도 준다. 사씨가 쓴 글과 그 그림에 나타난 관음상의 모습이 사씨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느낌도 주는 것이다. 거친 파도 위에 서 있는 온화한 관음상... 고행의 길에 들어서도 굽히지 않는 사씨부인의 강직함과 정숙함... 너무도 닮았다. 이렇게 사씨의 삶에 나타난 일반적인 모습을 보면, 유교적 정신 가치를 중시하는 여인이 관음보살의 뜻에 의하여 유교와 불교의 복합적인 융합의 단계로 들어서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사씨남정기는 사씨가 완전한 인격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제목을 사씨남정기라 했을까? 내가 느낀 바에 의하면, 사씨가 남방으로 가게된 경위와 그 결과에 핵심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유교적인 삶에 충실한 사씨를 고난에 빠뜨림―남방으로 떠나게함-으로써 관음적 의미를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고난이 끝이 났을 때 불교와 유교의 융합으로 완성된 인간이 태어남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 여인이 자꾸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사씨부인을 보니까 신사임당이 생각나는 것이다. 자애로운 어머니, 현숙한 아내, 효성이 지극한 딸인 신사임당의 모습과 사씨부인의 모습이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그들의 온화한 얼굴을 상상하며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삶의 방식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가짐을 동경하게 된 것이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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