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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도로 가는 길 |  | |
| 앙드레 말로 : <왕도로 가는 길>
역자: 김봉구 / 원서명: La Voie Royale / 출판사: 지식공작소 / 출판일: 2001/5/15 / 쪽수: 264
<부조리의 심리학>
인간은 고산(孤山)속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최초에 물 속에서 사람이 건져내어 질 때 몸을 감싸주던 물이 만들어 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순수한 환상이 실재(實在)한다고 확신한 채, 손으로 더듬으며 세상을 느끼던 장님이 눈을 뜨면서 문제는 시작된다. 최초의 환상계와 인식된 세상과의 차이, 그곳에서 인간의 고뇌와 절망이 이끌려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知)는 괴로운 것일 수 밖에 없는데 일단 인간이 진실의 열매를 따먹은 이상, 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고뇌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실망과 불신, 더 나아가 부조리 속에서 부조리만으로도 인간은 생존할 수 있을까?
이성으로 부조리를 따라간다면 우리는 세상과 나 사이에 가로놓인 부조리의 길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곳에는 쉴 곳이 있으며, 때때로 나의 번뜩이는 이지(理智)가 산뜻한 바람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힘들지만 갈 수는 있는 길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환상에 불과한데, 왜냐하면 인간은 이성만으로 이루어진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조리와 자살의 연결은 감정의 고려로써 확실해진다. 시지프가 처음 돌을 굴리며 산을 올랐을 때, 그는 만족감을 느끼며 뒤를 돌아다보고는 땀을 닦은 뒤 돌이 다시 굴러 떨어진다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의욕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 횟수가 수천 번이 되고 무한한 고(苦)가 그에게 실질적으로 와닿기 시작할 때, 그는 과연 생존할 수 있는가?
그리하여 부조리에서 비약이 필요하게 된다. 이성적인 비약이나 감정적으로는 당연한 귀결인 이것의 결과물은 바로 희망이다. 앙드레 말로는 ´왕도로 가는 길´에서 부조리의 심리학으로 희망의 필요성을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인공들의 위험한 길을 따라 왕도로 나아가면서 드러내지는 역동적이면서도 사실적인 감정의 묘사에서 우리는 주인공들의 위대성을 느끼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페르캉이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하는 장면에서 깊은 공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공감은 이전의 극적인 심리묘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작가는 고뇌의 심리학의 제시로써 희망으로의 비약의 필요성을 독자가 가슴으로 받아들이게끔 만들고 있는 것이다.
소설에서 제시되는 탈출구는 이상이나 미적 욕구, 탐험욕이지만, 얼핏 보기에 현실 도피의 탈출구처럼 보이는 이것들의 추구를 작가는 절반의 죽음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원성의 갈구로 형상화해 내고 있다.
어떤 소설가는 플롯으로 흥미를 유도하는 문학은 대중문학일 뿐이고 심리묘사와 성격묘사로써 내면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는 문학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왕도로 가는 길´은 가장 문학다운 작품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 소설의 리얼하면서도 치밀하고 긴장감을 잃지 않은 내면적 분출은 뛰어난 심리묘사의 실례를 제시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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