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대 정동진에 가면
이순원 : <그대 정동진에 가면>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1999년 8월 4일 / 페이지수 : 174

<아무 것도 없더라?>
아쉽게도 나는 아직 정동진 행 열차를 타본 적이 없다. TV나 잡지에서 수없이 나왔던 정동진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기억해 낼 수 없다. 실제로 정동진에 갔더니, 아무 것도 없고 소나무 한 그루 밖에 없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만나곤 했다.
아무 것도 없더라....
이처럼 우리에겐, 정동진은 어떤 현실적인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정동진에 김을 따고 미역을 따고 고기를 잡기 위해 거친 바다와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목숨을 바쳐 그곳 땅속에서 탄을 꺼내왔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도무지 어떠한 이미지로도 연결되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가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 속에서 진실된 삶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대 정동진에 가면>이라는 책을 읽게 된 것도 순전히 이 가짜 이미지 때문이었다. 정동진에 가면 무언가 있을 듯한. 무엇인가 이루어질 듯한 그런 느낌. 순전히 그 느낌 하나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정동진에는 안개같이 가리워진 어떤 그리움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정동진에서 자신의 첫 사랑을 만나지만, 그 첫 사랑은 근친상간을 사랑하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첫사랑에게 자신이 첫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어쩌면 정동진과 자신의 첫사랑이 동일시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하고, 아름답고, 자신의 삶에 비해 평온했던 그녀와 조용하고 어떤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았던 예전의 정동진이 닮은 꼴이라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 곳에서도 이전의 평온함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녀에게서도 정동진에게서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사랑과 성장 과정도 흥미있게 읽었지만, 정동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모든 구름 속의 이미지로만 그려 놓았던 그 곳을 현실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제시해 주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