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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 <멋진 신세계>

역자 : 이덕형 / 출판사 : 문예출판사 / 출판일 : 1998/10/20 / 쪽수 : 332

<멋진 신세계 - 70년 전에 본 현재의 우리 세상>
이 책이 처음 출판된 것은 1932년이다. 70여 년의 시간이 흘러서인지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 느꼈을 놀라움이나 당혹감을 느끼는 것은 힘들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실현가능한 이야기들이고 그 중 일부는 이미 실현되어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이 소설은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었다. 지금 사용 가능한 기술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의 사회는 제 1의 목적이 사회 안정이며 그 사회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온갖 방안이 채택된다. 병에서 태어나는 인간은 각자 정해진 계급에 할당되며 자기 계급에 적응되도록 심리학적 기술을 이용한 교육을 받는다. 그리하여 절대로 반항하지 않고 24시간 내내 명랑할 수 있는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가 세워지는 것이다. 게다가 소마라는 약을 통해서 부작용 없이 술과 종교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소설의 진행은 사회에 대해 약간의 의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 구성원 몇 명과 이 사회 밖의 미개 사회에서 온 존 주위의 사건들로 이루어져있다. 이런 배경과 사건들은 많은 부분 의학적이다. 사람의 임신과 출산, 건강이라는 것의 개념, 나아가 행복이라는 개념, 들은 의학적인 담론의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생각을 풀어나가 보겠다.
먼저, 임신과 출산이라는 문제이다. 이 소설에서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나 중앙 부화소라는 곳에서 관리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설정한 배경이기도 하고 이 소설이 앞으로 전개해 나가는 이야기의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설정이다. (인간은 병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부모 자식의 관계가 없으며, 가족 관계도 없고 부부 관계도 없다.
만인은 만인의 것이며 어떠한 욕망도 배제당하며 배제되지 않는 욕망은 애당초부터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기본 전제가 이 소설의 기본 골격이다.) 개개인들은 임신과 출산의 권리가 없다. 그러나 그 개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당연히 여기고 마땅한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고 이 사회에서 ´과학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소설의 골격으로 삼았다는 점은 이 부분이 삶과 사회의 기본과 관련되는 부분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즉, 완전히 관념과 관점이 바뀌지 않고서야 소설과 같은 변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모습이나 소설 속의 모습이나 사회구성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다만 그 내용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발견된다. 과거에는 출산은 병이나 위험한 어떤 상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었고 가정에서 산파에 의해서 행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산모는 비정상상태로 간주되어 관리되고 출산은 가정이 아니라 병원에서 ´시술´된다. 이러한 모습은 의학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으며 여성운동진영이나 사회학계에서 말하듯이 이러한 일의 결과로 여성은 출산을 삶의 과정이 아니라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자신의 몸에 대한 발언력을 잃어버렸다.
소설 속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비교해 볼 때 중요한 사실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어떤 의학적 지식은 사실일 수 있어도 그 자체가 ´진리´ 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지식은 그 지식이 그 사회에서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여성의 신체적인 조건을 남성의 그것과 비교한 결과는 사실일 수 있어도 그 사실을 해석하는 의학적인 견해는 진리가 아니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의학적인 지식들도 이러한 면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다. 가볍고 흔한 예로 신체발달사정이나 구강 검사 등을 통한 ´표준´ 또는 ´정상´ 을 만들어 내고 이로 인해서 ´비정상´을 구분해 내는 것부터 근대에서부터 지금까지 행해져오는 ´광인´ 들에 대해서 의학의 이름으로 사회에서 배제하는 것 등은 지식의 해석의 문제가 앞으로 의학을 공부해 나가는 사람이 가볍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려준다.
다음, 이 소설에서 보이는 심리학 지식의 이용이다. 25만 3000번, 15000번 등의 숫자로 표시되는 소설 속의 세뇌는 역시 소설 속의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디팀목이다. ´만인은 만인의 소유물´ ´수선보다는 버리는 것이 좋다. 바늘땀을 뜰수록 부는 감소한다.´ ´적절한 1g의 소마는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등의 그 사회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심리학적인 기술을 통해서 주입시킨다. 이 사회에서는 이런 기술의 이용에 대해서 다른 의견이 존재하지 못한다. 다만 이런 기술의 이용이 어떤 점에서 우수한 지에 대한 동의만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도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전에 과기부의 생명 윤리자문위원회에서 생명윤리 기본법 시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보이는 기술이 현재 거의 가능한 기술인 것을 감안하면 활발한 토론을 통해서 이러한 법률, 아니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 윤리라는 것 또한 의학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곳이다. 소설 속의 모습이 섬뜩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모습을 지양하기 위해서 의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할 것이다.
사실, 건강 또는 행복이라는 개념 또한 이 소설 속에서 강하게 와 닿는 부분이다. 소마라는 약으로 부작용 없이 무릉도원에서 원하는 시간만큼 거닐 수 있고 언제나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으며 격정이나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 또한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행복이라고 말을 한다. 책에서 말하는 ´문명은 위생이다´ 는 말처럼 모든 생활을 의료화한 모습 또한 이 소설의 부정적인 맥락을 가지고 쓰여진 것을 고려하더라고 마냥 부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야만인으로 표현되고 문명사회에 저항하는 존은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나이를 먹어 추해질 권리,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불안해하는 권리´ 등을 당당히 요구하지만 사실 존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소설에서 지은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의학, 의료라는 관점에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무엇일까? 사실 지은이가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했다거나 이 소설 내에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지는 않다. 이 부분에서 지은이는 양쪽을 다 인정하지 않는 염세주의적 태도를 가질 뿐이며 지은이는 여기서 과학의 진보와 과학기술의 진보, 기계문명의 발달이 전체주의 사상과 밀착이나 유대를 가질 때의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 가에 관심이 있다. 여기서 의료학이 관심을 가질 분야는 바로 건강이라는 개념이다. 병에 걸리지 않는 상태를 건강으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약을 투여해서 기분이 좋아져있는 상태를 건강으로 여길 것인가 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소설에서 보면 사회가 개개인의 삶에 소마라는 것으로 또 관리라는 것으로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회의 건강개념이 그렇게 잡혀 있기 때문이다. 소설속의 사회와 우리 사회, 그리고 과거의 우리 사회와 외국의 사례를 비교해 보면 이 개념을 어떻게 잡는가, 누구를 주체로 할 것인가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설 속의 사람들처럼 자신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해보지도 못하고 객체로 전락할 것인의 문제부터 어떤 것이 건강이냐는 논쟁까지 사람들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전제중의 하나와 관련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건강의 개념에 관한 문제를 확장시키면 우리 사회의 의료 체계에 대한 이야기와 결부시킬 수 있다. 질환을 치료하고 그 범위가 병원에 한정되어 있으며 예방이기보다는 치료을 우선하는 우리 사회에서 건강이라는 개념을 성립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의료체계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현 간호학계에서 지향하는 간호학의 방향이나 의료사회학 등의 분야에서 말하듯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 예방이 중시되고 만성 질병에 대한 도움이 늘어가는 의료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진 생각은 지금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위 문단에서 보이는 의학의 나아갈 길 역시 많은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삶의 많은 분야와 세밀한 부분까지 의료화가 진행되는 것은 일견 의학의 발전일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통제의 증가이고 특정한 해석 방식의 강요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건강과 출산, 인간관계의 기본을 다루는 학문이 의학이기 때문에 그 발전이나 영역의 확대 역시 그런 모든 것을 고려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텍스트는 작가의 손을 떠나면 독립적인 개체라고 하였다. 헉슬리가 이 책을 지었을 때의 그가 가졌던 생각은 나는 잘 알 수 없다. 역시 그 당시 어떤 반향을 일으켰는지도 책의 옮긴이의 말 정도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정도이다. 나에게 이 책은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창이며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재미있고 유의미한 책이라 하겠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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