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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 <달의 궁전>

역자 : 황보석 / 출판사 : 열린책들 / 출판일 : 2000/3/15 / 쪽수 : 450

<1968년의 개인적 의미에 대한 탐구>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68년은 세계적 역사적 사건들이 폭발적으로 분출했던 시기였다. 베트콩의 구정공세, 체코 프라하의 봄, 파리의 5월, 일본의 전공투 등 세계가 온통 폭력과 확성기로 채워진 시기였다. 미국도 컬럼비아 대학의 점거, 블랙팬더당 재판, 마틴 루터킹의 암살 그리고 몇 년 뒤 닉슨의 사임 등 예외가 아니었다.
카치아피카스(´신좌파의 상상력´ 이후)에 따르면 이러한 사건들의 본질은 널리 이야기되듯 단순히 신사회운동이나 반문화의 흥망성쇠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가장 내밀한 층위에 놓인 강렬한 경험이 분출된 시기˝였다. 그것은 모든 형태의 억압체제들을 뚫고 새어 나오는 삶의 본능인 에로스의 경험이었다. 소설은 ˝그 일에 대해서 어느 것도˝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 ˝모두들 그 시절의 이야기라면 익히 알고 있을 터이므로 그 일을 다시 얘기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 시절의 파편들 속에 있고, 그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 한 어느 것도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p 41)
소설은 아들,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세 사람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이기도 한 아들 포그는 학생시위에 가담하여 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1968년을 강렬하게 경험한 젊은이다. 하지만 그는 영웅적인 학생운동 지도자가 아니다. 다만 그는 변방에 머물러 부랑인 생활을 죽음의 문턱까지 관철시킬 정도로 체제에 포섭되기를 철저히 거부한다.
한편 할아버지인 에핑에게는 서부개척시대가 그의 무대이다. 그는 당시의 미술사조를 이끄는 젊고 촉망받는 미술가로 충동에 이끌려 서부를 경험하기 위해 떠난다. 그도 포그와 마찬가지로 시대의 주인공인 위대한 개척자는 아니다. 단지 서부의 광활한 자연을 경험하고 기꺼이 거기에 압도되는 개인일 뿐이다. 따라서 경험의 측면에서 손자인 포그에게는 체제에 비타협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삶의 본능인 에로스의 표출이라면 할아버지에게는 서부로의 진출이 바로 그것인 셈이다. 할아버지의 경험이 손자에게 그대로 반복되는 것이다. 그들은 핏줄 관계인줄도 모르면서도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그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이가 바로 역사학자인 아버지 바버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거대한 몸집을 가졌고 나중에는 머리까지 빠진 대머리이다. 그는 결코 남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기대조차 하지 못한다.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외모로 인해 혐오감을 주는 그는 바로 현재 미국의 모습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아들의 존재마저 모르는 채 떠돌며 살아간다. 그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되찾는다. 즉 현대의 미국은 죽음으로서만 자신의 본래의 모습인 에로스를 찾는 것이다. 소설은 포그가 바버를 통해 자신의 근원을 깨닫고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미 대륙을 가로질러 도보여행을 하고 마침내 태평양을 바라보며 자신을 긍정하는 것으로 끝나게 된다.
소설의 제목인 ´달의 궁전´은 바로 환상이며 희망을 상징한다. 소설에서 달은 우화를 통해 인류가 원래 살고 있었던 고향을 나타낸다. 달은 우리의 머리 위에 떠올라 끊임없이 귀소본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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