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상도
최인호 : <상도>

출판사 : 여백 / 출판일 : 2000/11/1 / 쪽수 : 334

<대작의 굵직함, 굵직한 인생의 발자취>
대하소설을 읽는 재미는 아무래도 그 굵직하면서도 섬세한 이야기의 흐름과 장대한 배경이 빚어내는 상상력에 있을 것이다. 이미 문학사의 큰 획을 긋고 우뚝 서 있는 대작들, 예컨대 <토지>, <삼국지>, <태백산맥>, <혼불> 같은 작품들은 읽는 즐거움과 함께 민족적 자긍심까지 일깨워준 빛나는 문학산맥임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터이다. 그런데 출판시장이 어려움에 빠진 탓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사이 돌아볼 만한 대작이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선보인 최인호의 <상도(商道)>(전 5권)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며 거대기업가의 가치관과 윤리가 어떠해야 하는지 그 전범을 보여주는 한편, 도덕적 해이에 빠져 국가경제를 좀먹고 있는 오늘날의 기업가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기에 충분한 기업소설인 동시에 역사소설로서도 손색이 없는 대작이기 때문이다.
<상도>의 주인공은 현대의 기업가로 등장하는 기평그룹 회장 ´김기섭´이라는 가상의 인물과 2백여 년 전에 우리 땅에 실존하였던 의주 상인 ´임상옥(林尙沃)´이다. ´김기섭´이라는 인물은 이를테면 현대판 ´임상옥´이라고 할 만한, 매우 모범적인 기업인의 표상이다. 곧 임상옥의 유지를 받들어 현대에 기업철학을 몸소 실천하고자 애썼던 어느 가상의 기업인을 통해 현대 기업인들의 부도덕성을 질타하고 있는 셈이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유언을 남기고, 끝내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한 채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거상 임상옥. 그는 ˝평등하여 물과 같은 재물을 독점하려는 어리석은 재산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서 비극을 맞을 것이며,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한 재산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서 파멸을 맞을 것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한마디로 이제 우리의 상업도 ´이(利)´보다는 ´의(義)´를 추구하는 올바른 길, ´상도(商道)´를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우선 재미있다. 5권이나 되는 중후한 부피에도 불구하고 한번 책을 잡으면 그 다음 권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읽힌다. 특히 과거와 현대를 넘나들며 긴박한 순간들을 엮어내는 작가의 글 솜씨는 긴장과 여유를 반복하면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15세 어린 나이로 한때 추월암이라는 절에서 행자생활을 했던 임상옥이 당시 큰스님이었던 석숭(石崇)이란 스님으로부터 ˝이 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는 선문(禪問)을 통해 깨달았던 바가 곧 이 소설의 테마이다. 과연 큰스님의 맨손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전 5권에 흐르는 큰 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상업의 길을 통해서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어떠한 삶의 방식이 올바른 것인지 선험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현대 기업가의 덕목 또한 드러나고 있다.<상도>의 흐름은 그 자체로서 우리 기업사의 복원이자 기업윤리의 표징이 되기에 충분하다. 읽는 이에 따라 기업소설이라기보다는 역사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실존인물들에 관한 정보 또한 깊게 담겨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의주 거상 ´임상옥´을 통해 우리 경제현실을 극복하는 지혜가 모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