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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이야기 |  | |
| 마르셀 에메 :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이야기 1>(착한 고양이 알퐁소)
역자 : 최경희 / 출판사 : 작가정신 / 출판일 : 2000/12/23 / 쪽수 : 188
<세상사는 지혜가 우러나오는 따뜻한 책 한 권>
요즘 너무 우울했었다. 항상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애인이 생기더니,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다. 크리스마스 이브 때도 항상 같이 보냈었는데, 이번 크리스마스는 다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좋아했지만 나는 블랙 크리스마스였다. 그러던 차에 이 책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보았다. 세상을 바꾸는 건 둘째치고 혹시 내 마음이라도 바꿔줄 수 있을까 해서 손에 잡고 읽기 시작했다. 혹시는 역시가 되었다. 내 마음이 확 바뀌어버렸다. 책을 읽으면서 우울한 기분은 나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예쁜 자매 델핀과 마리네트, 그리고 귀여운 동물들이 내 우울함을 날려버렸다. 웃고 울고, 때론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에 감탄하며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맨 끝장에 와 있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이름의 많은 동화 또는 우화를 읽어보았지만, 이 책은 뭔가 달랐다. 자신의 눈을 친구인 장님 개에게 주는 착한 고양이, 사과씨 한 알과 맑은 물 한 모금만 먹으며 다이어트하는 돼지, 철학을 하고 시를 읊고 때론 쟁기질을 멈추고 산수문제에 골몰해 주인에게 혼나기도 하다가 급기야는 서커스단에 팔려가는 신세가 되고 마는 황소, 새끼양을 잡아먹은 걸 놓고 뭐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니네들도 먹잖아!´라며 오히려 핀잔을 하는 늑대, 멍텅구리 당나귀라며 잘난 척하다가 오히려 당나귀에게 자신이 당하고 마는 아빠거위 등 그 모습들 속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내 당황하기도 했다.
특히 ´철학하는 황소는 잘해야 서커스단에 팔려간다´라는 이야기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말이 참 의미심장하다.
˝황소가 배워서 득 될 게 하나도 없으며, 가장 훌륭한 책도 가장 최악의 곤경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는 말. 마치 머리에 든 것만 많고 무기력한 지식인들을 두고 하는 말 같아서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엄마 없는 아가들의 모임>.
엄마아빠가 없는 새끼 동물들을 동물들이 서로서로 데려다 키우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인간보다 동물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입양이 많은 우리로서는 동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는 얘기 같다. 여우가 새끼 오리 두 마리를 키우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중재하던 백조가 난감해하는 것 등등은 작가의 유머가 느껴졌다. 여우가 먹음직스러운 오리를 자식으로 삼아 키운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할아버지 백조가 아이들이 엄마아빠에게 야단맞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다하는 장면은 코끝이 찡하다. 세상의 모든 백조들이 그러하듯이 죽기 직전에 부르는 노랫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낭만이라곤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델핀의 엄마아빠가 그 노랫소리에 취해 한동안 말을 잃었을까.
감동과 웃음 둘 다를 원한다면 당연히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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