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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니
이지형 : <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니>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2000/9/15 / 쪽수 : 238

<평범함, 열정, 이상화된 영웅>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참으로 독특하고 신선한 질문이다. 나는 내 속의 세계를 가꾸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하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수없이 많은 의문을 품고 고민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기에 약간은 당황스럽고 또 어지럽다.
이지형은 첫 장편소설로 제5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젊은 문예작가로서의 그는, 당차고 소신 있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이런 면모와 독특한 제목에 의해 이끌리듯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첫 문장을 읽고는 이 책을 놓지 못했다. 독창적이면서도 깔끔한 표현, 사람을 푹 빠지게 하는 문체, 이전까지의 문학작품들과는 다른 새로움......
일제시대의 색다른 면모에 푹 빠져든 나는,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항상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소설을 보면, 일본인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곤 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신스케와 유키코 등의 일본인들은 식민지를 짓밟는 그런 인물들이 아니라, 그냥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항상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주인공이 아닌, 천방지축인 주인공. 약간은 어설프고 사람을 답답하게 하는 그러한 인물이 이 작품의 주인공 이해명이다.
나도 항상 이러한 생각을 해왔다. 일제시대에는 영웅들만이 살았던 시대인가? 모든 사람들이 정의감에 불타고 나라를 구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그 때의 상황에 맞게, 그렇게 평범한 생활을 즐기며 나름대로의 소신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이 더 많았을 텐데...... 자신을 위해 살고, 그 다음에 대의(大義)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이지형은 그러한 갈증을 풀어준 작가이다. 많은 독자들이 그러한 부분에 공감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성향을 지닌 인물들. 조난실과 이해명, 그리고 가상의 인물 테러박......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바로 지금도 존재하고 앞으로도 있을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의 대의(大義)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조난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끝없이 비난받는 이해명. 조난실이 만들어낸 이상이자 이해명에게 열등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 테러박.
이해명이란 인물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그의 눈이 되어 다른 인물들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그가 주인공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바로 우리 모두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생각을 지니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렇지만 자기 나름의 소신이 있는 인물......
대의(大義)를 위해 자기의 삶은 제쳐두고 어설픈 삶을 사는 인물 조난실은, 우리 내부에 숨어있는 열정이다. 그런 열정만을 가진 인물이 조난실인 것이다. 능력은 없고 무언가는 이루고 싶고...... 그래서 자기의 이상, 거국적 인물, 대단한 존재인 테러박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상을 말한다. 이 이상화된 인물이 우리가 소위 말하는 영웅적 인물인 것이다.
이러한 인물성향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이런 인물들을 1930년대 일제를 배경으로 잘 표현했기에 우리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하지만, 아직도 머리가 어지럽다. 아마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너무나 불확실하고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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