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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롤리타>(세계문학전집30)

역자 : 권택영 /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1999/6/25 / 쪽수 : 456

매일 지하철 안에서 보내는 한시간 동안 만난 책.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지난 한 주일 동안 머릿속이 온통 롤리타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아름다움과 강렬함에, 나는 감각중추 한 부분이 마비된 듯 멍한 상태였다.
<롤리타>라는 작품은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나 <테스>, <주홍글씨>처럼 그 성적인 파문으로 너무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실제로 읽지는 않아도 대충 그 내용과 제목은 어디서건 들어보게 되는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이 책은 분명히 비극에 가깝지만, 읽는 동안 내내 폭소를 터뜨리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주인공 험버트의 변태적 사랑 이야기가 너무도 자연스럽고 간절하게 묘사되어있으며 그의 자조(自嘲)와 비틀린 유머는 모든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는 놀라운 설득력이 있다.
험버트는 어린 여자애에게 성욕을 느낀다는 점을 빼고는 완벽한 지성인(교수이자 저술가)이요, 어떤 면으로는 유머 감각 있고 매력 있는 신사로 소녀 롤리타에게 목숨도 아깝지 않은 사랑과 헌신과 숭배를 바친다.
문제는 12세 소녀에게 용광로 같은 섹스란 호기심으로 한두 번이나 겪을 일이지 몇 년 동안 의붓아비와 그런 생활을 한다는 것이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므로 험버트의 사랑이 어린 롤리타의 내면을 황폐화시키는, 파괴적인 것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거칠고 야성적인 소녀 롤리타는 처음에는 문제아다운 호기심으로 험버트를 유혹하지만, 그의 성적 노예와 같은 생활이 지속되자 생의 의욕을 잃고, 마침내 그에게서 탈출한다.
험버트는 자신의 사랑이 롤리타의 내면을 황폐화하고 그녀의 인생을 붕괴시킴을 알지만 사랑을 멈추거나 줄이지는 못한다. 그의 사랑은 의지를 벗어난 일이다. 그저 마지막 희망, 언젠가는 그녀가 나를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희망만을 부여잡고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몰고 절벽을 향해 달리는 사람처럼, 절망적인 사랑을 계속한다.
나는 <롤리타>를 읽으면서, 사랑을 준다고 해서 사랑을 받는 쪽에게 늘 도움이 되는 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되새겼다. 사랑의 힘으로 서로를 파괴하고, 불행해져가는 사람들... 굳이 소아성욕을 가진 변태 아니더라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인간이 어디 이 세상에 한둘이던가.
비정상적이고 절망적인 사랑을 이렇게 유쾌하게, 유쾌하다가 슬프게, 슬프다가 눈물나게, 자다가 꿈에도 나올 만큼 아름답게 그린 소설을 만나 지난 주는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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