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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풀 이야기.11
어제는 오랫만에 어머니와 통화했습니다
먹구름 끼인 어머니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가슴 깊이 흘러왔습니다
아야 시한 되믄
따순 느그 나라 갈라 했는데 모르것다
통 나락이 팔리지 않는 거시
조합에서는 기밸도 업고 어짠단 말도 없다야
사로 온단 사람덜도 통 무소식인께
빚 내서 갈순 없응께 걱정 아니것냐
인자 쌀 밥 먹는 것도 입맛이 통 없다
창고에 나자빠져 있는 나락덜 보기만해도
밥맛이 뚝 떨어진데 어짜건냐
느그 성은 매칠 째 밥맛 없다고
죄앱는 술만 마신단다
술 마시믄 쌀이 쌀로 안 보이것냐 마는
그넘의 쌀밥 보기 싫응께 술로 잊을 랑 갑시여
시한 내내 나락 안 팔리믄 맹년에는 쌀 농사 안지을란다
창고에서 펄펄 썩는 쌀밥 배 터져라 해 먹고
느그 아부지 한테 하루 빨리 가믄 조컷다
어머니는 갑자기 말이 없었습니다
나는 편히 잘 있으시라는 말도 못하고
전화기가 부끄러워 금새 수화기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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