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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랑은 왜 |  | |
| 김영하 : <아랑은 왜>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2001/2/15 / 쪽수 : 286
김영하. 90년대를 대표하는 많은 소설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도 그런 소설가 중에 한 명이다. 그렇지만, 김영하, 그의 글쓰기는 독특한 점이 있다. 그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도 그랬고 <엘레베이터에 낀∼>도 그랬다. 그리고 이번 신작 <아랑은 왜> 또한 독특한 맛이 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다고 믿는 전설이나 설화는 기록되어 전하는 것도 있고 기록되지 않고 전하는 것도 있다. 그것은 여러 세대 동안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전하여 지고 전하여 져서 윤색되고 각색되고 지지고 볶아져서 지금 2000년대를 사는 우리 앞에 떡 놓였다. 그렇다면 그 사건의 진짜 진실은 무얼까?
김영하는 마치 장날 한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삥 둘러서 있는 한 가운데 서서 이야기꾼의 행색으로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랑 전설 그거 다 거짓말이야, 새빨간 거짓말. 사실은 이렇게 된 이야기라면서 사설을 풀어 놓는다. 그러나 누가 알까? 그 이야기에 진실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아랑 전설의 현대판, 박과 영주의 이야기에서도 밝혀지는 명확한 진실을 아무 것도 없듯이 사실 현실은 모두 뭉퉁그려진 세계일 뿐인지도 모른다.
역사도 기록이 되어 전하는 것이지만, 기록하는 자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심지어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얼마나 다양한 얼굴로 우리를 대하는가.
궁예의 이야기만 보더라도, 사실 우리가 궁예와 왕건의 이야기를 아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왜곡이 있다. 하물며 전설이야 두말할 나위가 있을까?
나비로 화한 아랑이 나풀나풀 날아와 범인의 머리 위에 앉았든, 아니면 아랑이란 처녀가 관노가 아닌 사또의 손에 죽임을 당했든, 그것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전설이고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러면 어떨까. 결국 우리도 조금씩 다르게 전설을 전하는 계승자들이니....
재미는 있었다. 그러나 딱히 지적을 하자면 엉성한 스토리에는 화가 났다. 긴밀한 구성과 뭐 영화 같은 스펙타클을 원한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의도는 다분히 장미의 이름 같은 긴장감을 원한 것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읽다가 중간쯤 가서 짜증이 나려고 했다. 너무 뻔하니까. 헐렁헐렁한 구성에 왜 그렇게 페이지는 많은 것인지. 그렇지만 김영하씨의 색다른 도전(표지에 선글라스를 낀 사진도 개인적으로는 정말 싫었지만, 소설가로서는 그것도 어느 정도 글의 역량을 인정받는 사람이 그런 사진을 찍었다는 것도 정말 색다른 시도라고 생각한다.)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나름대로의 시도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사족 하나. 소설가는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인 것 같다. 물론 경험이 많고 발로 아는 것도 많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많이 찾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참 좋다.
김영하씨의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한국문학대사전을 꼭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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