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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연의 음악 |  | |
| 폴 오스터 : <우연의 음악>
역자 : 황보석 / 출판사 : 열린책들 / 출판일 : 2000/3/15 / 쪽수 : 352
<현대사회의 자유와 노동>
폴 오스터의 <우연의 음악>은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직면하는 자유와 노동에 관한 소설이다.
소설에서 사브 즉 자동차는 자유를 의미한다. 하지만 자동차로 상징되는 현대의 자유는 돈을 통해 가능하다. 돈이 노동을 통해 얻어지지 않았을 때 더욱 그러하다. 또한 현대의 자유는 공허하다. 자유는 적극적인 창조 행위 또는 행복을 가져다주기보다는 언젠가는 끝나버린다는 강박증만 부여할 뿐이다. 돈을 바탕으로 한 자유는 돈의 소모와 함께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자유란 단지 노동을 강제 당하지 않는 상태일 뿐이다. 그래서 나쉬는 아버지의 우연한 유산으로 여행을 떠나며, 베팅으로 돈을 잃었을 때 사브 또한 상실한다. 무일푼일 때 운전하는 사브는 속도가 제어되지 않고 나쉬를 죽음으로 이끌 뿐이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노동은 음모이다. 회계사의 계산에 의해 치밀하게 구성된 음모이다. 목적도 없다. 벌판에 벽을 쌓는 것처럼 합리적인 이유란 애초에 없다. 노동하는 과정에서 미학적인 영감을 얻기도 하고 조그마한 성과물에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은 미친 짓이다. 육체만 소모시킬 뿐이다. 결정권은 음험하고 전체주의적인 알지 못하는 인물들에게 있고 현대의 개인은 끊임없는 감시 속에서 노동할 뿐이다. 노동에 부여하는 의미마저 자본주의적으로 철저히 계산되어 청구되며 저항이나 탈출은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다.
현대 사회의 이와 같은 자유와 노동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도박이다. 도박은 자유와 노동을 가른다. 도박에 성공한 즉 복권에 당첨된 개인은 사업으로 계속 성공하여 하느님에게서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느낀다. 그들은 음험하고 전체주의적이고 모든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자리잡는다.
한편 판돈이 적은 나쉬와 포지는 도박에서 모든 것을 잃게되어 자유를 박탈당한다. 돈을 잃은 바로 그 순간부터 존엄성마저 당연하게 무시당한다. 포지는 죽는 날까지 도박을 통해서 자유를 찾으려고 하지만 헛된 꿈일 뿐이다. 도박은 자유와 노동 사이에 있지만 공정하지 못하다.
다소 진부하고 심각한 주제인 현대사회의 자유와 노동에 대한 문제를 소설은 때로는 유쾌함으로 때로는 긴장감으로 독자의 시선을 붙들어 매며 끝까지 유지해 나간다. 또한 전반 중반 후반을 각각 자유 도박 노동으로 나누고 서로 조응하고 대칭이 되도록 스토리를 엮어감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짜여진 구조물을 대하고 있는 즐거움을 준다. <우연의 음악>이라는 제목은 유산과 도박이라는 우연에 의해 야기된 자유와 노동을 음악이라는 추상적 예술에 비유함으로서 현대인의 삶이 실체성을 제거당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과연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강박증에 짓눌린 자유 또는 소외된 노동이라는 두 가지 상황 중 하나를 우연이라는 불가항력에 의해 부여받은 채 생을 영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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