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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사
무라카미 류 : <이비사>

역자 : 이정환 / 출판사 : 샘터사 / 출판일 : 1999/10/18 / 쪽수 : 278

<일탈에의 욕망에 대한 실험>
´이비사´는 일탈에의 욕망에 대한 실험이다. 그리고 일탈의 대상은 바로 ˝일본적인 것˝이다. ˝일본적인 것˝이란 관광지에 열 지어 단체 관광하는 그네들의 모습처럼 집단화되고 통제되고 몰개성화된 사회를 가리킨다. ´이비사´는 섹스와 마약과 폭력을 통해 일본적 일상에 갇힌 정신을 해방시키는 작업이다.
소설은 낮에는 자동차회사에서 접수일을 보고 저녁에는 거리의 여자로 신주쿠 거리에서 변태 성행위를 즐기는 마치코라는 여성이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다음날 파리로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치코는 파리에서 우연히 유럽 귀족인 라폰스를 만나 함께 코크 다쥐르, 모로코 등으로 퇴폐적인 여행을 한다. 마치코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며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한다. 그녀에게서 의지란 욕망의 지시대로 섹스와 마약과 폭력을 통해 억압이라는 장애물을 제거하며 끝간 데 없이 거리낌없이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마치코가 욕망에의 의지를 실험할 수 있도록 염력과 같은 초능력을 부여하는데 그녀는 이것을 이용하여 언어를 뛰어넘어 상대방과 직접 대화하고 필요시 제압도 하며 돈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을 하게 된다. 초능력이라는 비현실성을 도입함으로써 작가는 독자가 소설적 공상을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극한으로 몰아가도록 유도한다. 마치코는 독자의 섹스와 마약과 폭력에 대한 상상력을 극단으로 자극함으로써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맛보게 하는 가이드이다.
소설에서 도입부에 나오는 자동차 회사 접수일과 변태 성행위는 억압과 일탈이라는 일본사회의 현실적 이중성을 의미한다. 한편 여행은 통제 받지 않고 욕망대로 행동하고자 하는 의지에 따르는 과정이다. 또 말미에서 소설의 제목인 이비사 섬의 디스코클럽의 심볼로 화한 사지가 절단된 마치코는 저항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의 아이콘이다.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도 체제 전복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현대 사회에서 무라카미류의 정신적 탈출구는 희망과 위안이 된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의 끔찍한 상상력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또한 유럽과 귀족에 대한 동경과 일본과 천민에 대한 멸시에서 보이는 작가의 컴플렉스는 일본 모방하기조차도 바쁜 작금의 우리에게 적지 않은 불쾌감을 준다.
60년대 학생운동 실패 이후 저항운동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는 일본과는 달리 80년대 군사정권을 무너뜨린 이래 보수반동과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리에게 세기말적 데카당스가 위안으로 간주될 수는 없다.
섹스, 마약, 폭력이 방향을 잃은 부르좌와 삶에 맞설 용기를 상실한 퇴폐주의자들의 도피처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무라카미 류의 저항이 그들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역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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