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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곡한 공자와 노래한 장자
하현명 : <죽음 앞에서 곡한 공자와 노래한 장자>

출판사 : 예문서원 / 출판일 : 1999/7/30 / 쪽수 : 296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생명의 종착점은 과연 어디인가? 생명의 마지막 저녁 노을이 거무스름한 하늘가에서 조금씩 소멸해 갈 때, 삶을 향한 최후의 노력은 고요한 암흑 속으로 침몰한다. 생명은 끝내 최후의 몰락인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생의 고독한 여정에서 지친 방랑자를 기다리는 것은 자신의 무덤뿐이다.
이 작품을 지은 하현명(何顯明)은 오로지 신의 범주에서나 논할 만한 죽음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해내고 있다. 저자는 우선 죽음에 대한 심리적 태도가 민족의 정서와 대응 방식 등에 따라 다소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중국인은 예로부터 죽음과 사후 세계를 의식적으로 회피하는 특징을 지닌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중국인의 생명관을 문학과 철학 등을 넘나들며 적나라하게 들추어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중국 철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유가와 도가의 죽음에 대한 관념을 조심스럽게 비교하고 있다. 현채련 등에 의해 정성스럽게 옮겨진 이 책 <죽음 앞에서 곡한 공자와 노래한 장자>에서 저자는 죽음을 회피하는 중국인의 태도가 공자에서 비롯되었다고 조리 있게 설명한다. 동양의 지혜서인 <논어>의,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는가?˝
라는 생사관이 수 천년 동안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존 방식은 삶으로 직접 죽음을 해석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삶의 도리를 깨달으면 자연히 죽음의 도리를 깨닫게 되며, 따라서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연속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도가의 죽음에 대한 관념은 아내를 잃은 장자의 이야기에 집약되어 있다. 아내가 죽자 장자는 다리를 뻗고 주저앉아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다. 장자는,
˝생사가 우주 생명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지나지 않으니 소리지르며 통곡하는 것은 자연의 명을 따르지 않는 것이므로 울음을 멈추었네˝
라고 하여 생사를 초월한 경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장자의 생명 철학이 극히 초연하고 소탈하며 달관적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얼핏 보기에는 아주 고상한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확고한 의지 없이 그럭저럭 살아가는 후안무치한 소인을 길러낸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면 죽음은 인류의 영원한 동반자인가? 그리고 인간의 불멸에 대한 지향과 추구는 한낱 오만일 따름인가? 저자는 사람들이 올바르게 사고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생명 초월의 관념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인간의 고귀함과 존엄성은 죽음을 초월하고 유한한 육체적 생명을 극복하며,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한 생존 의미를 창조해 내는데 있다는 것이다. 생존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은 인류 생명이 존재하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어색하지만 서둘러서 어설픈 결론을 내린다면 이렇다. 땅에 쓰러진 고목에서 다시 새로운 싹이 나온다. 죽음에서 생명이 솟고, 죽음으로부터 새 삶이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의 입을 통해,
˝온갖 고통을 겪으면서도 전혀 괴로워하지 않는 사람, 행운의 여신이 누르는 손가락대로 소리내는 피리가 아닌 사람을 마음속에 차고 다니고 싶다˝
고 했다. 저자 또한 우리가 죽음의 격정에서 벗어나 눈앞의 생활 속에서 자신의 일생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인생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망심태(死亡心態)>(원제)는 말하기 어려운 죽음에 대해서 마치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듯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어느 속 깊은 이성 친구와의 만남처럼 소중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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