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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차 타기
스티븐 킹 : <총알차 타기>

역자 : 최수민 / 원서명 : Riding the Bullet / 원저자명 : King, Stephen / 출판사 : 문학세계사 / 출판일 : 2001/2/27 / 페이지수 : 128

<누구나 한번쯤 해볼만한 무서운 상상을 담은 소설>
이 책은 스티븐 킹이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고 난 후의 작품인데다가 애초에 e-북 형태로 발표된 점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었다. 역시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 값에 걸맞게 이 소설을 읽으려는 독자들이 인터넷 서점에 몰려들면서 사이트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나오자 주요 신문의 신간 소개 코너에도 빠짐없이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그 동안 읽어왔던 스티븐 킹의 소설은 대부분 장편이었기 때문에 얇고 작은 이 책을 읽고나니 정말 ´후딱’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량이 매우 짧고 줄거리도 간단한 탓인지 이 책을 읽고 실망했다는 사람도 더러 보았다.
그러나 내가 읽은 이 짧은 이야기 속에는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는 섬뜩함이 있다. 그것은 저승으로 가는 차를 얻어 탔다는 공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 대신 희생하기를 거부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투영되는 저열한 이기심이 바로 내 것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다.
주인공 앨런은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셨다는 전화를 받는다. 히치하이크로 고향집에 가는 도중 그는 자신이 얻어 탄 차가 죽은 자의 차이며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운전대를 잡은 사내는 앨런에게 묻는다.
´누가 총알차를 탈 것이냐? 너냐, 네 엄마냐?´
라고..
앨런은 홀어머니가 자신을 어렵게 키워주셨던 지난 시절을 떠올려보지만 결국 엄마대신 죽을 수는 없다고 소리친다.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그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는 앨런. 온갖 힘든 일이며 잔업을 해가며 푼돈이라도 생기면 ´앨런의 대학 입학금´이라고 써 붙인 항아리에다 집어넣으셨던 어머니.. 늙고 뚱뚱하며 낙이라고는 줄담배를 피워무는 것뿐이었지만, 오로지 단 하나의 가족이었던 어머니.
그러나 앨런은 젊고 앞날이 창창한 자신이 어머니 대신 죽는 것은 부당하며 태어나게 해달라고, 잘 키워달라고 애원한 적도 없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그날 밤 어머니가 돌아가시진 않았다. 앨런과 어머니는 그 후로 7년이나 좋은 시절을 보낸다. 저승사자의 협박과 달리 어머니가 그 날밤 죽지 않은 것, 보통의 공포소설과는 다른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머니가 언제 죽고는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어차피 앨런이 어머니 대신 희생하기를 거부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그저 즐겁게’라고 외쳐보지만 아마도 바늘 끝으로 후비는 듯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테니까..
가끔씩 일어나는 대형 참사로 죽은 사람들의 이름과 나이가 TV 화면에 지나가면 특히 어린아이의 죽음 앞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어찌 한 인간의 죽음 앞에 경중을 달리할 것인가.
앨런은 앞길이 구만리 같은 자신과 어머니의 늙음, 보잘것없는 인생을 대비시켜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지만 ´그저 살고 싶었을 뿐´ 구차한 설명은 무의미했던 것이 아닐까. 결국 ´어머니의 죽음을 담보로 하더라도´ 자신의 길을 살아나갈 수밖에 없는 앨런의 모습.....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
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없는 내 자신의 모습, 선뜻 내놓기보다는 무엇인가 꽁꽁 움켜진 채로 살아가는 나의 치졸한 욕심.....
스티븐 킹이 이 책을 쓰면서 의도했던 것은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바로 ´스스로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쩌면 교통사고 때문에 사경을 헤매던 때에 다른 사람의 희생을 딛고라도 살고 싶다고, 자신의 무섭도록 강렬한 생의 의지, 그 목소리를 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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