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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트라베이스 |  | |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콘트라베이스>
역자 : 유혜자 / 출판사 : 열린책들 / 출판일 : 2000/2/20 / 페이지수 : 108
<이 세상은 오케스트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더 중요한 사람도 덜 중요한 사람도 없음이 분명하다. 모두가 중요하고 필요한 사람들일진대,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쉽사리 앞의 속담에 우리가 동의하고 깊게 찬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의식 속에 남아 있는 직업의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삶의 축소판이라고들 하는 오케스트라에도 그 모습은 나타난다.
우리에게 유명하다고 알려진 음악가들은 대부분 솔리스트나 지휘자뿐이다. 우리 나라에도 장영주, 장한나, 정트리오 등이 자랑거리이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 소설 <콘트라베이스>의 주인공은 말한다.
˝결국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콘트라베이스가 오케스트라 악기 가운데 다른 악기들보다 월등하게 중요한 악기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서슴없이 말씀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실 이 말은 사실이기도 하다. 때문에 베이스가 없는 음악은 지금껏 존재하질 않았었다. 천상의 하모니라 하는 아카펠라에도 베이스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베이스(콘트라베이스)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악기이다.
때문에 베이시스트가 아무리 열심히 베이스를 연주한다고 해도, 무대의 솔리스트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솔리스트와 베이시스트는 결국 서로 다른 영역인 것이다. 주인공은 여자 소프라노를 사랑한다. 이를 무엇에 비견할 수 있을까? 정원사가 주인집 딸을 사랑하는 것에 비견할 수 있을까? 정원사는 주인집 딸을 위해 정원을 보다 더 아름답게 손질을 하지만, 그것은 그리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인간이란 그러한 존재들인 것이다.
그렇담 그걸로 끝인 것인가? 이 소설의 결말은 이에 대한 일탈을 시도하고 있다. 주인공은 음악당에 가서 ˝소리를 지르겠다˝고 말한다. 내일 아침 신문에서 그에 관한 기사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예고한다. 그 ˝소리지름˝이 소프라노와의 사랑을 이루어 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헐리웃 영화처럼 기적 같은 사랑이 이루어 질 수도 있고,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이 관현악단원의 자격만 박탈당할 수도 있다.
주인공이 열어둔 가능성 대로라면 ˝용기 없음˝에 그 일탈은 시도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느 것이 되든 간에 막히고 부조리한 현실로부터의 일탈, 또는 일탈에 대한 욕구를 말하는데 있어서 콘트라베이스 주자인 주인공의 심정이 얼마나 강렬한지 알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현실의 부조리를 알리는 데는 충분하다. 이 세상은 오케스트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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