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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별
이인화 외 : <시인의 별>(2000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 24회)

출판사 : 문학사상사 / 출판일 : 2000년 1월 25일 / 페이지수 : 442

<아아! 시인이여 이제 편히 잠드소서>
´낯설다.´ 이 소설을 처음 문예지에서 읽었을 때 그런 느낌이었다. 작품 첫머리에 나오는 소설에선 왠지 낯선 표현 ´안현은 고려 충렬왕 때 사람이다.´ 라는 무거운 음성이 기존의 역사 소설과는 다른 냄새를 풍겼다. 과연 이 소설이 역사 소설의 또 다른 변주인가? 아니면 우리도 드디어 한 사람의 움베르토 에코를 가짐인가?
그런 의구심은 미처 떨치지 못했을 때 이 작품이 올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적잖이 놀랐다. 대개 그렇듯이 지금까지-한국 문학에서- 역사 소설이란 장르는 문학보단 재미에 관계가 깊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역사 소설이 문학이라는 울타리에 정착되었다는 해석은 아닐는지... 사실 난 이 소설을 읽고 지루한 치정 극의 형식을 벗지 못한... 뭐랄까? 예전 중국 영화에서 보이던 그런 상투적이며 진부한 사랑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지가 않다. 가만히 다시 읽자니 이 소설이 감동적이란 것만은 부인할 수가 없다. 초원, 그 장대한 벌판 위에서 휘몰아치는 어떤 시인의 구슬프고 애달픈 절규 어린 노래 ´채련기´가 조금은 다르게 들려왔다. 아니 팍스 몽골리아란 상황 속에 느껴야 했던 지식인의 고뇌, 그리고 그런 시대의 흐름 속에 처절하게 소멸되어야 했던 시인 안현의 삶 그것은 차라리 감동을 뛰어넘은 전율 이상이었다.
그렇다. 600여 년 전 그 날 고향 고모 못에서 함께 배타며 아내는 연밥을 땄고 남편은 배를 내저었다. 그 아름답던 추억들... 그리고 그 추억을 파괴시킨 권력들... 왜 역사가 문학이 될 수 있냐는 사실을 작가 이인화는 내게 가르쳐 주었다. 작가의 말처럼 ´이것이 아니라면 소설이 있어서 무얼 하겠는가?´
아아 시인이여 이제 편안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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