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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여자
김미진 : <자전거를 타는 여자>

출판사 : 중앙M&B / 출판일 : 2000년 1월 28일 / 페이지수 : 264

<너절한 일상도, 때로는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김미진의 4번째 장편인 이 책은 회화적 표현이 뛰어나며, 산악소설이라는 이야기에 걸맞을 만큼 산악인들과 산에 대한 묘사도 실감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던(유부녀와의 사랑) 산악인 하훈은 히말라야 로체 남벽을 등반하다 실종되고, 그를 운명적으로 사랑했던 여인 미목 역시 그를 찾아 히말라야에서 흘러내리는 강물에 몸을 던져 남자를 따라간다. 지상에서 못 이룬 사랑을 완성이나 하려는 듯이.
작가는 ´불륜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의 감정이 소중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랑은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며, 아름다운 미덕이다. 그러나 모든 가치에 사랑이 우선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용인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 중에 언제부터인가 남녀간의 사랑(유부녀와의 사랑)을 다루는 작품이, 마치 여성의 해방이며 자아 찾기 과정인양 그려지고 있는 것에 일말의 경고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오래 전에 나왔던 이경자씨의 <혼자 눈뜨는 아침>이 그러했고, 화제가 되었던 전경린의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 그러하며, 이 책 또한 그렇다.
주인공들은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금기의 사랑이므로, 사랑에의 욕망은 더욱 강렬하며 속도도 빠르다. 가정은 붕괴되며, 혹자는 새로운 삶을 찾아가고, 죽은 애인을 따라가며, 혹자는 홀로서기를 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당당하며, 부끄러움이 없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 전 그들의 삶은 한결같이 무미건조하며 무의미할 뿐이다. 새로운 남자는 삶의 활력을 주며, 그로 인해 여성 주인공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도 매번 판에 박힌 듯 비슷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남성이라는 매개체가 없이는, 성적인 자유로움이 없이는(비록 그것이 문학적 장치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여성의 해방이란, 자아 찾기란 요원한 일인가? 꼭 육체적인 욕망에 대한 억압을 깨야만 일상의 무가치함으로부터 탈출할 생각이라도 품을 수 있다는 것인가? 간혹 작가들의 너무도 세심하고, 배려 깊은 사랑의 묘사들이 여성을 상품화하는 시대논리와 교묘하게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들은 왜 관능적인 욕망, 아슬아슬하며 도발적인 유혹을 사랑이라 부르기를 주저치 않는가?
사랑이란 자유로움이며, 결혼이란 현실은 때로 그 자유로움을 방해하는 구속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일정한 양의 책임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일탈은 눈부시도록 찬란하지만, 일상은 권태롭고 너절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눈부신 일탈이 아니라, 너절한 일상이다. 눈부시지 않음으로 빛을 받지는 못하나, 늘 우리를 지키는 것이 그것인 까닭이다.
가정은 그냥 그대로 이어져 가는 것이 아니라, 가꾸며 보듬어 가는 것이다. 일상이란 것, 평범이란 것 또한 그러하다. 그냥 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갈고 닦고 보듬어 안아 손때에 절어 안온해진 것이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삶이요, 그러므로 그렇게 우리의 손으로 다듬어진 일상은 때로는 화려한 일탈보다도 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이다.
일탈의 자유와, 불륜을 통한 자아 찾기보다는 흩어져 있는 가족과 친구와 동료를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글. 해체가 만능인 듯 취급되어지는 현대사회에 더불어 사는 지혜를 담은 아름다운 글을 기대함은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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