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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된장 끓이는 여자 |  | |
| 한혜영 : <된장 끓이는 여자>
출판사 : 문이당 / 출판일 : 1999. 3. 10 / 쪽수 : 300
<누구에겐들 그리움이 없으랴>
이 책은 국제결혼으로 인한 사랑과 상처와 좌절, 외로움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작가 한혜영은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로 등단했으며, 시조, 아동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재미 거주 작가로 이 책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국에서의 한국 여성이 겪는 일들이 현실감 있게 펼쳐지고 있다.
˝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된장 냄새가 나직이 깔리기 시작한다. 소쿠리 안에 정갈하게 씻어놓은 콩나물을 넣고 풋고추를 썰어 넣고, 도마 위에 호박과 두부를 정갈한 모양새로 썰어 놓는다. 드디어 울컥울컥 끓어오르는 된장찌개… 날마다 된장을 끓이고 싶었다.
어느 날은 꿈 속에서 된장을 끓였다. 하지만, 꿈은 언제나 펄펄 끓어오르는 된장 뚝배기에 막 수저를 넣으려 할 때 아쉽게 깨어지곤 했다. 그런 밤이면 짙은 허기에 떠밀려 밤새 휘청거렸다. 포기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된장에 대한 그리움은 집착으로 변했기 때문에….˝
내 집에서 손수 된장을 푹푹, 온 집안 가득 냄새를 피우며 끓이고 싶었던 다명은 한 번도 된장냄새를 집에서 풍겨보지 못한 채 남편 지미와 헤어진다. 혼자 있는 집에서 그녀는 보란 듯이 된장을 끓이지만 여전히 먹지 못한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서둘러 냄새를 제거하느라 오히려 곤욕을 치른다. 그녀에게 된장이란 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작가는 이국에서의 외로움을 된장을 끓이는 것으로 상징했지만 어찌 인간의 외로움이 이국생활에서 오는 것뿐이겠는가? 한 여성을 통해, 인간 심연의 외로움을 표현한 작가의 능력은 놀랍다.
하찮은 돌부리 하나에 물줄기를 달리 하듯이, 운명이란 참으로 사소한 사건 하나에도 예기치 않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너무 가난한 집에서 자랐기에 방 한 칸, 지상에 내 방 한 칸을 가지고 싶었던 여주인공은 단식 끝에 대학 입학금을 얻어 내 독립을 하고, 한 사내를 6년간 뒷바라지 하지만 의사가 된 남자에게 버림받고, 그리고 외국에서 미국인 남편을 만나지만 역시 그 또한 떠나간다.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 의사를 만남으로 비로소 여주인공은 집에서 된장을 끓이는 데 성공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수많은 강들을 하나 하나 건너가는 행위는 아닐 것인가? 누구에게건 인생은 외롭고 고적한, 끊임없는 항해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 모두는 가슴 속에 그리움의 대상을 하나쯤 안고 살아가는 것일 것이다. 부모이건, 고향이건, 아니면 다른 무엇이건 그것으로 인해 삶은 조금 덜 외롭고, 고비고비에서 마른 숨도 쉴 수 있고 말이다.
가슴 속에 묻어 둔, 비밀스런 그리움을 꺼내게 만드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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