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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신 시골 의사 |  | |
| 프란츠 카프카 : <변신 시골 의사>
역자 : 전영애 /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1998. 8. 5 / 쪽수 : 252
<현대인의 실존의 위기>
겨울밤 도심의 거리를 쓸어가는 칼 끝에 걸린 바람에 젊음이 맥없이 쓰러져 갈 즈음 나의 손에는 카프카의 ´변신´이 들려있었다. 인간의 영혼을 피안으로 데려간다는 까마귀(카프카는 체코어로 까마귀임)의 섬뜩한 안광으로 부조리를 쏘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존재의 남루함은 이내 비참함 속에서 가루로 잘게 부서져 날리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아야만 했었고, 카프카의 생애는 나의 인생에 거침없이 투영되고 있었다. 그리고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나 자신의 흉측함이었고, 무기력이었다.
어느 날 아침에 잠에서 깨었을 때 갑작스레 변한 벌레의 모습, 어느 누구나 불안 속의 현대의 삶에서 필연적 가능성을 내포하는 변신이라는 사건은 우리에게 강한 정신적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비현실적 상황이 강렬한 리얼리티 속에 용해되어 독자들은 양자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 지고 또한 작품의 전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카프카를 환상적 리얼리즘의 효시로 보기도 한다.
벌레의 육신과 인간의 의식과의 치열한 대립, 가족의 구성원들과 벌레가 된 그레고르 사이의 억압과 굴종, 나아가 직장이라는 사회 속에서 한 개인의 벌레와도 같은 존재의 무가치와 유용성이라는 메커니즘 아래서의 노동의 착취 등은 크게는 인간의 소외라는 개념에 닿고 있다. 이러한 실존의 소외와 변신은 밀접한 관계에 놓인다. 이는 카프카 자신이 생전에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의 작품의 보급에 있어서도 사르트르나 까뮈에 의해서 전세계에 전파되어진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따라서 키에르케고르의 실존의 3단계, 심미적 실존, 윤리적 실존, 종교적 실존으로의 변증법적인 실존의 발전 과정으로 작품을 해석할 수도 있겠다.
또한 마르크스적 소외의 개념인 타유화 과정 즉 노동에서의 소외, 생산물에서의 소외도 지적할 수 있다. 작가 자신이 사회주의에 심취하여 한 조직에서 활동에 전력을 쏟은 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그 영향 역시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보여지는 어릴 적부터 형성된 열등 의식(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초점을 맞춘 해석의 시도도 눈에 띤다. 유년기 유일하게 사회를 접하는 통로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버지라는 데에 이견은 없다. 그때에 어린 카프카는 아버지의 강인한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거대한 힘-사회까지 포괄하는-에 언제나 복종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에서 처절한 고독과 버림받은 존재의 쓰라림을 간직하고 살아야만 한다.
한편 카프카의 대사회적 상황이 바겐바하의 말처럼 ´유태교도도 아닌 유태인에게서 태어났고, 독일인도 아니면서 프라하에서 태어났으며 시민계급도 노동계급도 아닌 이방인´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들뢰즈는 그의 문학을 소수집단의 문학으로 규정하면서 이러한 문학의 특징으로 정치성을 꼽고 있다. 크프카도 자신의 일기에서 문학은 문학사의 문제라기보다 민족의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문학과 정치적 문제와의 연계성을 드러낸다.
이렇게 하나의 작품에 대하여 수많은 관점에서의 해석의 시도가 가능하고 지금도 그 노력은 계속되는 엠리히의 말처럼 ´불가해´한 작품이 바로 카프카의 소설들이다. 난해성, 은유, 상징으로 그 생명력을 키우면서 그 근저에는 삶이란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보려는 작가의 노력이 숨어있기에 오늘날 우리에게도 변신한 벌레의 모습이 현재의 자신의 모습은 아닌지 섬뜩하고 가혹하게 되묻게끔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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