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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장수 야곱의 영혼의 양식
노아 벤샤 : <빵장수 야곱의 영혼의 양식>

역자 : 류시화 / 출판사 : 김영사 / 1999. 10. 25 / 쪽수 : 210

<영혼의 사다리, 그 진솔함에 대하여>
일하는 곳에서 한 걸음 밖으로 나오면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를 낼 때면 으레 날개를 떠는 버릇이 있는 그 새는 마치 천상의 소리를 지닌 듯 고운 울음을 가졌다. 처음에는 새의 이름이라도 알고 싶었으나 이내 그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그의 소리에서 빵장수 야곱이 전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의 길모퉁이를 돌다보면 야곱이 밀가루를 반죽하는 빵집 하나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영혼의 양식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이는 많게, 또 어떤 이는 아주 적은 양의 빵을 구할 수 있다. 기쁠 때, 또는 고통스러울 때 우리는 그를 찾아갈 수 있다. 그는 우리에게 조용히 귀 기울여 듣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신과 대화하는 길임을 알려준다. 나무들 사이로 부는 바람을 볼 때마다 신이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것, 말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 신이 우리의 두 팔을 길게 만든 것은 서로를 껴안으라는 것임을 알게 한다.
우리의 인생은 수를 놓아 가는 것과 같다. 하루는 그 다음 날로 짜여져 간다. 하지만 우리는 한 땀의 바느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금방 알 수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는 앞을 모르는 채 바느질을 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가끔 우리는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이 놓아 가는 수예품을 뒤집어 놓고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인생에는 양면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작은 바늘땀들이 모여 커다란 무늬를 이룬다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사무실 밖 이름 모를 새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때로 자신의 삶에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는 것이 삶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인생은 앞을 보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지만, 뒤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삶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보다는,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시나브로 얻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때로 사람들 속에 자신이 혼자이고, 마치 광야에 홀로 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고독의 달빛이 머리 위로 하얗게 쏟아지고 있을 때, 야곱은 천사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사다리가 있지.˝
˝그 사다리는 우리를 하늘에 연결시켜 주듯이, 하늘을 이 땅 위로 내려오게 할 수도 있는 것이지.˝
˝그렇다면 사랑도 역시 하나의 사다리가 되나요?˝
˝사랑이 없이는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내려올 수가 없는 법이야.˝
천상의 소리를 닮은 새소리는 야곱의 사다리의 다름이 아니다. 그의 소리를 듣노라면 어느덧 우리의 연약한 마음이 신을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의 각 페이지 역시 다른 것이 아닌 사랑과 지혜로 채워야 함을 느낀다.
책을 덮을 무렵이면, 마치 자신의 인생의 창문을 얼마쯤 열어 놓았는데 야곱에게 그 방안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그 방안이 온갖 고뇌의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드러낸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각 페이지가 되고,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는 페이지를 스스로의 눈으로 지혜롭게 읽어야 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새의 사랑을 넘는 사랑스런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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