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아가 |  | |
| 이문열 : <아가(雅歌)>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2000. 3. 20 / 쪽수 : 300
<우리의 양심에 호소하는 최후 통첩>
내가 처음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연유를 들자면 물론 작가 이문열에 대한 신의 때문이다. 왠지 그의 글을 읽어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나만의 신의. 늘 그의 글에는 어떠한 작가적 사상이 분명했고 또 그것은 우리의 아킬레스를 건드리는 강한 계몽 같은 것이었다. 소설 <아가> 역시 그런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배경이며 그 주인공은 우리가 흔하게 접하게 되는 해방을 막 넘긴 시점에서부터 시작되며,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조금은 모자람이 있어 어떤 얘기거리가 되는 그런 환유중의 하나가 그 소재다. 그러나 그 소재에 비해 이야기는 매우 진중하고 세심하다. 혹 지금은 이미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동심원에서 밀려나 수용시설이나 산골 어딘가로 숨어들어버린 그 환유 중의 누군가가 보기라도 할 것처럼...
소설 <아가>는 한참의 격변기를 겪으며 발전이나 산업화, 혹은 사회 미화라는 명목 아래 우리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들을 격리시키며 갖게되는 일말의 양심 같은 것을 얘기하는 듯하다. 주인공 당편이가 겪게 되는 그 고초와 시련들을 보며 왜 우리가 그 당편이만도 못한 인간들이란 생각이 들었는지...
그리고 그들 역시 하나의 인격체란 생각을 왜 갖지 못하고 약한 자를 그저 짓밟고 이용하고 웃음거리로 삼아 그들을 가만 두지 않는 것인지... 그들의 성(性)까지 무참히 짓밟고도 일말의 가책조차 갖지 않는 것인지. 우리가 도대체 무에 그리 잘난 존재들이길래.
이런 생각을 했다. 그들과 나의 차이가 무엇일까 하고. 그들이 느끼는 것들, 그들이 하는 것들, 나랑 무엇이 다를 것인가. 이젠 우리도 의식의 변화를 가져야한다. 더 이상 누군가를 짓밟고 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작가 역시 이 소설을 통해 시대의 발전이란 색깔 좋은 명목하에 우리의 동심원에서, 그리고 우리의 부락 공동체 같은 인간적인 관계에서 점차 소외되어지고 격리되어지는 그들을 더이상 그렇게 방치해두지 말고 끌어안자고 말하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아직도 조금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이 소설을 꼭 한번 읽어보라. 그럼 다시금 가슴 저 밑바닥에 숨었던 양심이 조금씩 이 봄에 피어오르는 새싹처럼 일어날 것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