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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 <외딴방>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1999. 12. 6 / 쪽수 : 454

<투명한, 그래서 더 아름다운>
따뜻하고 기름진 밥을 먹을 때보다 차갑고 약간은 꼬들꼬들해진 밥을 오래 씹을 때 밥의 참 맛이 느껴지곤 한다. 아무 일도 없이 평안히 지낼 때보다 조금은 괴로울지언정 시련을 겪었을 때 삶을 바라보는 눈이 한층 더 깊어져 있다. 배움으로 향하는 길에 모진 고통이 있었기에 오늘날 작가로서의 신경숙은 더욱 훌륭해 보인다.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인 ´외딴방´은 작가의 꿈을 가진 한 소녀가 도시의 풍속화 속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제목인 ´외딴방´은 주인공이 외사촌, 큰오빠, 셋째 오빠와 함께 살았던 비좁은 단칸방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 말은 작가가 소설을 쓰기 전까지 자신의 삶에서 뚝 떼어놓았던, 또는 떼어놓고자 했던 시절의 주거 공간이었기에 이렇게 명명되었는지도 모르겠다.
16살의 주인공은 작가의 꿈을 안고, 19살의 외사촌은 사진 작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함께 시골에서 상경한다.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외사촌이 자신의 꿈을 말하며 주인공에게 보여주었던-마치 아득한 밤하늘의 별과 같았던-화보 속의 백로들은 이후 고달픈 도시 생활을 하면서도 주인공이 잃지 않았던 순수한 꿈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이 취직하게된 전자회사에는 컨베이어벨트의 무자비한 움직임 속에서 부산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힘들게 일하고도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을 받아야만 하는 파리한 노동자들이 있었다. 주인공은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리고 외딴방으로 향하는 길에서 마주쳤던 인물들을 통해(이를테면 희재 언니), 또 외딴 방에서 함께 살았던 가족들을 통해 도시와 우리 사회의 현실에 차차 눈뜨게 된다.
이 책은 자전적 소설이지만 단순히 개인적 체험의 서술에 그치지 않고 그 당시 있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까지 배후에 드러내고 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한 사람의 삶이 그가 살아가는 사회와 필연적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보면 쇠스랑과 그것을 빠뜨렸던 우물, 그리고 (앞서 말한 바 있는) 화보 속의 백로들이 여러 번 등장한다. 이 상징이 진정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아는 것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 핵심적 요소가 될 듯한데, 사실 작품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그 암호(?)의 해독이 매우 어려웠다.
곰곰 생각한 끝에 나는 이렇게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쇠스랑은 작가에게 상처와 아픔을 남긴 존재라고, 그리고 우물은 그 아픔을 깊숙이 간직하고 있었던 심연과도 같은 작가의 마음이라고…….
사실 작가는 그 시절의 어두웠던 기억들을 글로 풀어내기가 두려웠을 것이다.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그러한 작가의 고충을 숨김없이 작품 중간중간에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결국 작가는 평생 다른 시절과 마찬가지로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외딴방에 살던 시절의 이야기를 지면에 풀어놓았다.
이제 더 이상 작가는 우물 속에 빠뜨렸던 쇠스랑을 상처로만 기억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으로 심연에 새로운 물결을 일구어낸다. 그 동안 화보집으로부터 살아있는 생명체로 화했으나 마음 한구석에 걸어두었던 빗장으로 인해 갇혀있었던 어둠 속의 백로들…….
그들은 이제 세상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외딴방의 이야기를 전하며, 그 이야기를 읽는 이들에게 진정한 용기와 희망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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