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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날의 초상 |  | |
| 이문열 : <젊은날의 초상>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1981. 11. 1 / 쪽수 : 288
<진리를 추구하는 젊음의 아름다움 >
10대의 나이. 20대를 향한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 조그만 온실 속의 삶에서 벗어나 넒은 세상의 바람에 휩쓸릴 앞으로의 날들을 막연한 동경과 두려움 속에서 기다려야하는 나이이다. 일상 속의 여러 가지 고민들, 아직 뼈가 서지 못해 흐물거리는 사상과 가치관으로 10대의 나는 혼란을 겪고 있었다. 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내 삶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어지러운 마음을 가다듬고자 무작정 붙잡고 앉아 읽었던 책, 그것은 바로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이었다.
<젊은 날의 초상>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하구´, ´우리 기쁜 젊은 날´, ´그해 겨울´이 그것이다. ´하구´는 강에서 바다로 나아가게 되는 지점을 가리키는 제목과 같이 사회 진출(여기서는 대학입시)을 준비하는 과정의 고달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그려내고 있었다.
2부인 ´우리 기쁜 젊은 날´은 대학 생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가난과 술에 찌든 주인공의 삶은 비참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주인공이 만났던 한 여인과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녀에게 바치는 한 편의 우화는 티없이 맑고 순수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내가 급기야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던 부분은 주인공이 허름한 여관방에서 한 소년을 만났을 때였다. 주인공은 지저분한 행색의 소년을 계속해서 경계하고 있었다. 얼마 안 되는 돈을 소년이 훔쳐갈까 봐 사전의 비닐 표지에 끼워 두고 사전을 베개 삼아 잠을 청했을 정도로……. 그러나 소년은 주인공의 검은 마음을 읽지 못하고 스스럼없이 마음의 문을 열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는 물론, 자기가 가진 모든 것까지 보여 주었던 소년. 그 소년은 제대로 배운 것 하나 없어도, 대학교까지 다니고 있던 주인공이 가지고 있지 못한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제 3부 ´그 해 겨울´은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찾으러 떠난 여행을 그리고 있다. 술집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바다로 떠난 주인공. 창수령을 넘으면서 주인공은 칼갈이 사내를 만나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가 바다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그 바다를 향해 칼갈이 사내는 복수를 위해 날카롭게 갈아두었던 칼을, 주인공은 자살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약병과 유서를 바다로 던진다. 이들이 그것을 던지면서 얻을 수 있었던 것, 그것은 바로 하나의 매듭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칼갈이 사내는 그 동안 울분으로 얼룩졌던 삶을 접고 보다 인간적이고 너그럽게 살아갈 것을, 주인공은 한없는 시련과 절망 속에서 다시 새로운 삶을 꽃피울 것을 다짐했으리라. 그 바다에서 주인공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
책을 다 읽고 좀 멍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혼란 속에서 마치 한 가닥 희망처럼 붙잡았던 이 책. 그러나 이 책이 젊음 속에서 솟아나는 수많은 의문의 해답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그저 한 사람의 젊은 시절을 조용히 나에게 보여준 것일 뿐. 내 삶의 의문에 대한 답은 나 자신이 찾아 나서야만 할 것이다. 아니, 젊은 날의 의문들에 대한 해답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을 풀어 나가려는 노력의 방향에 따라 인생의 행로가 각기 달라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앞으로 이 책을 읽을 이들은 이 책을 읽은 후 어떠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삶의 궁극적 진리에 대한 해답은 알지 못하더라도 그 진리를 추구하려는 젊은이의 뜨거운 가슴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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