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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차는 7시에 떠나네 |  | |
| 신경숙 :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1999. 2. 18 / 쪽수 : 282
나의 자취방 옆에는 기찻길에 있어 간간이 기차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때마다 난 시계바늘을 보며 ´기차는 2시에 떠나네´ 혹은 ´기차는 12시에 떠나네´라는 말을 하곤 했었다. 아마 그때가 이 소설을 읽은 직후라고 생각된다.
소설 속의 여주인공 하진은 선주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는 선주라는 이름은 너무 많은 아픔이기 때문이다. 노동운동, 그리고 사랑, 임신, 유산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당시 기억들을 머리 속에서 지워버린다.
하지만 선주라는 이름의 자신을 지우긴 했지만 항상 뭔가가 찜찜하다. 뭘까? 뭘까? 이런 고민을 따라 찾아 나선 길에 그녀는 자신이 하진이란 이름 외에 선주란 이름으로 살던 때를 찾아낸다. 제주도에서 자신의 과거를 확실하게 기억해낸 그녀는 서울로 돌아와 새 삶을 살아간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혹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옛사랑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나에게도 소설의 하진이처럼 또 다른 이름이 있었던 적은 없었나 하고... 하지만 이런 일들은 전생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 나와 다른 별개의 인간이란 걸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소설의 여주인공과 동명이라는 사실하나만으로 소설을 읽는 재미는 한층 더 했던 것 같다.
지난 여름 한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우리의 만남은 한 달을 가지 못했다. 나는 그 사람을 하진이처럼 잊지 않기 위해 매일 매일 기억을 꺼내 정리하곤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 어떻게 헤어지게 됐다라고. 덕분에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 사람과의 한달 남짓한 만남은 필름처럼 뚜렷이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다. 언제 어디서 꺼내볼 수 있을 정도로........
이제 나는 그와의 기억을 하진이처럼 정리해야겠다. 하진이는 제주도로 모든 것이 뚜렷하게 기억해냈지만,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그를 희미하게 지워내야겠다. 내 기억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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