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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 <외딴방>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1999. 12. 6 / 쪽수 : 454

남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외딴방을 읽으면서 내내 참 행복하였다. 뭐랄까 어린 시절, 눈 내리는 밤. 화롯불에 둘러앉아 군밤을 까먹으며 할머니의 구수한 옛이야기를 듣던 그때의 꼬소롬하고 달착지근한 행복감이랄까, 왠지 가슴이 다 벅차왔다. 특별히 큰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화려한 신데렐라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가슴 저린 로맨스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그래서 주인공의 모습이 곧 나의 모습 같고, 그 큰오빠의 모습이 우리오빠 모습 같고, 그 외딴방이 이십 대 전후의 내 골방 같이만 여겨지고, 그녀들의 꿈이 곧 나의 꿈 같이만 생각되는, 정말 어쩌면 그렇게 나와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 외딴방에서 된장찌개와 신 김치, 그리고 가끔은 고추장에 볶은 돼지고기를 올려놓은 밥상을 앞에 놓고 주인공과 사촌 그리고 방위병 큰오빠가 앉아 있는 모습은 그 빈곤의 정도와는 상관없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미소 짓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가지고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같은 건 잊기로 했다. 그래서 여공들의 고단한 삶이라거나, 희재 언니의 죽음조차도 내겐 큰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였다. 나는 그 외딴방에서의 소꼽놀이의 잔재미와 바람 시원한 옥상에서의 유흥에 다만 흥겨워했을 뿐이다. 그 외딴방은 그래서 결코 음습하고 어두운 외따로 떨어진 방이 아니라 꿈과 사랑과 안식의 둥지처럼 포근한 햇살 가득한 희망의 방이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외딴방. 두렵고 고독했던 우리들의 외딴방.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순결하고 아름다운 꿈을 키웠던 우리들 청춘의 외딴방. 그리운 외딴방..........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행복감에 흠뻑 빠져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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