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서정오 :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출판사 : 현암사 / 출판일 : 1996. 12. 5 / 쪽수 : 496

<어른들을 위한 책>
이 책을 사게 된 것은 순전히 여행 가는데 지루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때 돈도 궁하고 해서 몇 번 망설였지만, 조금씩 읽어도 문제 없고, 신중하게 읽을 필요 없는 그리고 부담 없는 책으로서는 그만인 것 같아 사고 말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뒤 계획과는 달리 끝까지 한숨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이 책을 세 번씩이나 읽게 되었다면 누군가 웃을지도 모르겠다. 애들이나 읽는 옛날 이야기를 그렇게 열심히 읽어 댔다고 말이다.
우선 내 어릴 적 얘기를 해보려 한다.
어릴 적에 부모님, 친척분들을 졸라 이야기 듣는 것이 낙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집안 구석에서 ´책´이라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 내가 들었던 모든 이야기며, 상상한 그림들이 고스란히 다 들어 있지 않은가? 그 뒤 나는 책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지금까지 그것이 내 삶의 큰 바탕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느낌은 어릴 적 처음 ´발견´한 그 책을 손아귀에 얻은 기쁨이었다. 처음 읽은 그 책을 찾아 다녔지만 결국 구하지 못하여, 항상 비슷한 책이라도 구할 수 있으려나, 서점에 가면 아동 도서들 사이를 헤매었었다. 실망스럽게도 요즘에 나오는 울긋불긋 화려한 책 사이에 어릴 적 내가 읽던 그 구수한 이야기는 다 어디로 가고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읽게 된 이 책! 내가 찾던 책과 같은 책은 아니었지만 어릴 적 어른들에게 들려달라고 조르고 졸라 듣던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다시 듣는 기분이었다. 책에 포함된 삽화도 언제나 보아온 듯 친근하고 정답고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나의 옛 책을 다시 만난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릴 적 읽던 옛날 이야기를 회상하는 의미, 그 이외로서 가치는 없는걸까? 아니다. 이 책은 마치 어릴 적 옛날 이야기에 밤이 깊은 줄 몰랐던 그 재미를 어른이 된 지금에도 고스란히 재생해준다. 사또와 관리들을 그때도 여전히 부패했지만 그것을 골려먹는 재미는 오히려 옛날 이야기가 더 우습고 통쾌하다.
우연히 얻은 행운들은 신데렐라 이야기보다 더 설득력 있고 다정하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가 수많은 시간을 거쳐 만들어낸 이야기인데 재미없는 이야기가 입에 입을 거쳐 내려올 수 있는가?
그리고 난 이 책을 이번에는 잃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다가 먼 훗날 내 아이와 손자에게 들려줄 참이다. 그러다가 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 슬그머니 이 책을 그들의 방에 가져다 놓고, 내가 처음 책에 대해 빠져들었던 그 환상의 세계를 슬쩍 열어 보일 테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이 책을 두고두고 읽으며 가을밤에 이불 속에 들어가 군밤 까먹던 재미 같은 책읽기를 계속할 것이다.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