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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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림

성석제 : <홀림>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1999. 11. 1 / 쪽수: 268

<위대한 거짓말, 그 이후>
이분법에 충실한 이들은 참과 거짓을 명확히 구분 짓는다. 그들에겐 참이면 참, 거짓이면 거짓이 있을 뿐이지 참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것은 없다. 그러나 그들이 아닌 이들에게 참과 거짓은 아득히 떨어져 있는 막연한 두 점이다. 그 점 사이에서 무수히 많은 것들이 생겨나고 자라고 사라진다. 참이라 할 수 없지만 거짓이라 하기도 어려운 것들, 바로 이런 것들이 인간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매, 이것들을 뭐라고 일컬어야 할지......
소설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일을 글로 다룬다. 따라서 소설을 읽되 무슨 심오한 진리(로고스)를 기대할 필요는 없으며(교훈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저 소설가가 펼쳐 놓은 이야기(뮈토스)를 즐거이 음미하면 될 따름.
성석제의 새 소설집 <홀림>에는 지난해와 올해 발표된 단편 8편이 실려 있다. 작가의 경력을 이미 파악한 독자라면 전작(前作)들에서 확인한 재기발랄한 입담과 능청스런 의뭉을 기대할 테지만 그는 자신의 장기를 맛배기로만 슬쩍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다루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더 다양해져서 단주협회에 나가는 술꾼, 세기의 노름꾼, 소설 쓰는 제비, 생과부로 늙은 여자, 극단의 삶을 산 두 형제, 좀 모자라는 병신을 망라한다. 그리고 지금 소설을 쓰는 자신까지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길, 세속의 다양함을 숭상한다.˝
는 저자가 그려내는 그들의 모습은 꼭 있는 그대로의 참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단언컨대 그 모습은 결코 거짓은 아니다. 세속의 다양한 삶 가운데 작가의 그물망에 걸려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뿐. 그저 성석제는 부지런히 자기 입을 빌려 이야기로 늘어놓을 따름이다.
겸손하게도(?) 그는 1994년 자신이 처음으로 펴낸 책 제목을 <위대한 거짓말>이라 지었는데, 비로소 그 참된 뜻을 알아차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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