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과학 콘서트 |  | |
| 정재승 : <과학 콘서트>
출판사 : 동아시아 / 출판일 : 2001년 7월 12일 / 쪽수 : 254쪽
<클래식이 드라마 속에 들어가면 이렇게 친근해지는구나>
윤영아, 너랑 나랑은 내 입으로 지음(知音)이라 말해두 좋을 사이지만 음악취향은 참 달라. 그렇지? 난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넌 가요를 좋아하잖아. 그래서 내가 너에게 선물한 게 드라마 속에 삽입된 클래식 CD였지. 난 너랑 뭐든 공유하는 게 너무 좋거든. 인터넷 책 소개에서 우연히 과학 콘서트라는 책을 봤는데 목차가 꽤나 재밌게 되었더라. 평소 취향과 다르긴 했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겠지 싶어 손에 잡았는데 금새 다 읽어 버렸어. 다 읽고 나니까 그 생각이 들더라.
´그래. 클래식이 드라마 속에 들어가면 이렇게 친근해 지지.´
너도 알다시피 난 수학을 무지 싫어해서 덩달아 과학까지 경원시했잖아. 이상하게도 이 책에선 그런 지루함이랄까 그런 게 없었어. 난 원래 사람과 삶이란 두 주제에 남달리 예민하구 매달리는 편이잖아. 그런 내 관심사에 들어맞는 주제들을 사건이나 인물 중심으로 쏙쏙 뽑아서 명쾌한 과학논리로 설명을 시도하는데 시원시원한 설명과 다양한 레파토리에 제목대로 콘서트 같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단다.
과학이론이 클래식이라면 드라마는 생활이고 사람이야. 과학이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친근하고 사람의 이성을 밝게 해 주는구나 싶어. 첫 장에서 케빈 베이컨 게임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논리야.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별개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 신기하지 않니? 토크쇼의 방청객들은 왜 모두 여자일까? 난 한번도 의문을 제기해 보지 않았던 문제인데 거기에도 이유가 있더라구.
´세상에서 가장 심하게 고통받는 동물이 웃음을 발명했다´
고 말한 니체의 말처럼 인간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거라는 대목에선 한참을 생각에 빠졌어. 우리가 평생 뇌의 10∼15%밖에 못쓰고 죽는다는 거, 달에서두 만리장성은 보인다는 거 그게 다 잘못된 상식이었다는 것도 알았지. 바하에서 비틀즈까지, 히트한 음악에는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는 것, 건강한 심장은 규칙적으로 일정하게 박동하지 않는다는 것도 새로이 알았고 우리가 그토록 자주 가는 백화점이며 쇼핑센타의 구조 하나에도 사실은 세밀한 계산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았어.
아 참, 한가지 인상깊었던 구절을 빼먹을 뻔했네. 머피에 법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저자가 보여줬어. 머피의 법칙이라고 부르면서 재수가 없다고 불평했던 사건들이 사실은 있을만해서 있어온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한 사실이더라구. 저자의 말을 옮기자면 우리는 그 동안 12줄이나 길게 늘어선 계산대 앞에서 내 줄이 가장 먼저 줄어들기를 바랬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날씨를 상대로 하는 일기예보에게 100% 정확도를 기대했고, 식탁 높이에서 토스트를 떨어뜨렸으면서도 토스트가 멋지게 한바퀴를 돌아 버터 바른 면을 위로 하고 10점 만점으로 착지하길 바랬던 거야.
즉 머피의 법칙은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를 말해주는 법칙이 아니라, 우리가 그 동안 세상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무리하게 요구했는가를 지적하는 법칙이었던 거래. 과학이란 어쩌면 이토록 합리적인 시각으로 삶에 대해 긍정성을 부여하는가 하고 너의 지극히 감정적인 친구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