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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한번째 사과나무1 |  | |
| 이용범 : <열한번째 사과나무1>
출판사 : 생각의나무 출판일 : 2001/3/17 / 쪽수 : 260
<아름다운 서정과 눈물의 미학>
대부분의 작가들은 멜로 소설을 쓰기가 훨씬 힘들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것은 멜로 소설이 너무나 흔한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뻔한 스토리에 재미와 감동,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철학까지 가미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읽은 이용범 작 <열한번째 사과나무>는 지금까지 읽어온 멜로 소설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그동안 국내에도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멜로 소설이 많이 있었지만, <열한번째 사과나무>는 이들 소설들과는 엄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그 동안 눈물샘을 자극하는 소설들은 대부분 무명작가에 의해 씌어졌고, 질적으로도 함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기성 문단의 외면을 받아왔을 뿐 아니라 언론매체에서도 소홀히 다루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열한번째 사과나무>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우선 이 소설은 기존의 멜로 소설들이 보여주지 못한 스토리의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 말은 그 동안의 멜로 소설들이 눈물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그럴듯한´ 스토리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소설은 열여섯 살(중 3)의 남녀 주인공이 식목일에 사과나무를 심으며 편지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묻으면서 시작된다. 식목일 행사를 주도한 영어선생님은 학생들에게 10년 후에 이 자리에 와서 유리병을 캐자고 약속한다.
이후 주인공들의 삶은 계속 어긋난다. 남자(지훈)는 여자(상은)에 대해 지고하고 순수한 사랑을 품고 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늘 엇나가고 만다. 이 과정에서 대학가의 모습과 시대적 상황, 그리고 졸업 후의 행로 등이 펼쳐진다.
결국 20년이 흐른 뒤에야 두 사람은 사과밭에서 재회한다. 그때 이미 상은은 불치의 병을 앓고 있다. 지훈은 그토록 끈질긴 기다림 뒤에야 만난 첫사랑으로부터 자신의 딸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상은은 영원한 이별(죽음)의 길을 떠난다.
사실 스토리는 기존의 메로물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소설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각 구성요소가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정한 미덕은 아름답고도 서정적인 문체에 있다. 아마 신경숙이나 은희경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남성의 서정정과 감수성을 이들 여성 작가들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두 권 전체가 ´한 편의 시´라 불러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문장과 문체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중간중간에 배치된 잠언과도 같은 사랑의 언어들은 읽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찔러온다.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거나, 한번쯤 아픈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이 소설의 감동이 훨씬 진하게 다가올 것이다.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소설이 하나의 묘약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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