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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마음의 석양 |  | |
| 내마음의 석양 - 지은이 : 함정임
이 글은 유니텔 독서모임 ch4 김동석님의 글입니다
l 목차
1. 작품 개요와 줄거리
2.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본 작가와 작품 간의 상관 관계
3. 작가 ´함정임´ 씨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본 작품 이해
작품 개요와 줄거리
소설 ´내 마음의 석양´은 각기 다른 4개의 소제목을 가진 단편을 모은 액자 소설이다. 하지만 4개의 글 모두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는 한 여인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생활을 잘 드러내준다. 단편의 모음이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말이 일견 모순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의 주제의식을 통한 통일성을 보인다.
먼저 ´세 개의 탑´에서는 이전에 남편과 여행했던 곳을 다시 여행하는 여인과 그 친구가 나온다. 그들은 자연과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탑을 보기 위해 여행 중이다. 각기 연인과 친구의 기억을 찾아서…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면서도 여전히 괴로워하고 있는 여인의 심정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다음으로 ´두 어머니´에서는 화자의 남편이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그의 빈공간에도 불구하고 남은 가족을 위해 건강한 삶을 살려는 화자의 모습이 담담하게 이어진다. 어린 아이를 보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는 모습은 할머니(화자의 시어머니)나 외할머니(화자의 어머니) 의 대화에서 잘 나타난다. 화자의 문체도 이런 모습에 온정어린 시선을 보낸다. 그렇지만 기억 저편에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는 남편, 아들, 아버지의 존재는 살아있는 각자에게 아직도 아련한 아픔을 준다. ´ 아이 외할머니는 짓고 있던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씁슬하게 아이 할머니의 스산한 얼굴을 더듬어 봤다.´ ´네 살배기 아이치고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잠자코 앉아 막 벗어나려는 경주 역사를 똑똑히 바라보고 있었다.´ 등의 구절이 그 예이다.
셋째로 ´언니의 반지´에서는 남편이 죽은 후 일종의 우울증 혹은 정신신체증(phycomatic disorder)을 앓고 있는 화자와 언니 사이의 대화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언니는 화자와 화자 남편이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혹은 의지하던 사람이다. 언니는 건강을 잃은 동생을 병원에 데려가 자기 일처럼 불안해 하고 걱정해 주며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동생이 반지를 병원에 두고 왔다고 하자 자기 반지를 선뜻 빼서 건네주는 선행을 한다. 화자로서는 남편과의 애정이 스며들어 있는 반지를 잃은 사건이 오히려 언니의 크고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됨으로써 슬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등대 생각´은 깡말랐지만 강하고 삶에 대한 진지함을 가졌던 남편(민홍)과 그 아내가 비바람이 세차게 치던 날 둘이서 위험을 무릅쓰고 등대 끝까지 갔던 경험을 떠올리는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릴 때부터 친한 사이로 보이는 정윤 오빠와 여행 중이지만 화자의 머리 속은 온통 죽은 남편 ´민홍´에 대한 기억으로 차있다. 민홍과 함께 했던 모슬포에서의 기억은 지금 있는 영일만 장기곶에서도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마치 현재의 경험을 묘사하는 듯한 문체를 구사한다. 마지막의 ´석양과 함께 바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라는 문구는 남편의 존재가 온데간데없음을 시적 은유로 나타내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본 작가와 작품 간의 상관관계
이 글을 읽으면서 작가 ´함정임´에 대해 궁금해져서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예전에는 몰랐던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음은 인터넷에서 발췌한 글이다.
함정임의 남편 김소진은 문화체육부가 수여하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은 작가였다. 두 사람은 97년 신년 소원으로 ´둘째 아기로 딸 낳기´라는 아름답고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었으나 미처 손쓸 새도 없이 남편 소진이 암으로 사망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함정임 씨는 뱃속에 있는 아이마저 잃고 어린 아들과 홀 시어머니의 보호자가 되어 눈물마저 짙은 색 선글라스 속에 감춘 채 살았다. 남편이자 가장 열렬한 독자이며 둘도 없는 글벗이었던 김소진을 잃은 슬픔을 풀어내지 않고는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號哭은 글쓰기였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자. ˝그와의 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매일밤 편지를 쓰며 대화를 하는 것만이 나를 구원하는 길이며 그와 영원히 함께하는 길이었다.˝ 1주기인 98년 4월 22일 함정임은 고인의 벗들과 함께 두 권의 책을 용인공원묘지에 누운 그에게 바쳤다. 은사 김윤식 교수(서울대)는 ˝정임아 힘을 내거라. 슬퍼하지 마라. 우리도 잠시 이곳에 왔다가 가는 것 뿐이다.˝라는 다독임으로 마지막 순간을 예비했다. 친구가 잠시 스쳐갔던 절터에서 그 혼이라도 붙들려는 듯 ˝소진아 소진아˝ 울부짖었던 평론가 정홍수, 불과 2년 사이에 아들 둘을 모두 잃고 자식을 둘씩이나 잡아먹은 에미년˝이라며 자책에 넋을 잃은 시어머니 철원댁, ´고개를 길게 빼고는 누군가 거기 미처 오지 않은 사람이 있기라도 한듯´ 말없이 아빠의 그림자를 더듬는 네살배기 아들 태형…. 그 모두의 슬픔을 가만히 안아 쓰다듬던 함정임은 이제 곁을 떠도는 남편 김소진의 혼을 이렇게 달랬다고 한다. ˝걱정마, 숨막힘도 어느 순간 트일 때가 있겠지. 회의와 절망은 살아가는 한 피할 수 없는 필연인 걸.˝
˝소진아 소진아˝ 울부짖었던 평론가 정홍수는 ´내 마음의 석양´ 중 ´세 개의 탑´에 나오는 인수인 것 같다. 작품 속의 인수도 ˝민홍이 이눔아아- 민홍아아아아아-.˝라고 외친다. 아들 태형을 묘사한 인터넷 기사는 ´네살배기 아이치고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잠자코 앉아 막 벗어나려는 경주 역사를 똑똑히 바라보고 있었다.´라는 ´내 마음의 석양´에 나오는 구절과 상통하는 것 같다.
. 작가의 고통을 점차 동감하며 유사한 나의 경험을 회고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아버지 친구분들 중 어떤 분과 단기간이나마 서로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쌓은 적이 있다. 그가 자살을 하셨다는 걸 97년에야 알게 되었다. 대충 1년이 지난 일이었다. 그 후 난 별로 가깝지는 않은 사이라 할 수 있어도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죽는다는 게 인간에게 어떤 번민을 하게 하는지 약간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자살이었기에 감상은 더 했던 것 같다. ´ 부인은 어떻게 지내실까? 전화로나마 인사 드린 적도 있었는데…´ 남은 자의 고통 그 고통과 더불어 죽은 자의 고통도 보상 받는 날이 오길 기원해본다. 이에 더해 내 마음의 석양´이라는 작품을 읽고 작가론적 비평을 위해 ´함정임´이라는 검색어로 인터넷 사이트를 뒤졌던 나였지만 비평보다는 단지 섣부르지 않은 위로를 작가에게도 해주고 싶다. 이런 말들과 더불어…
˝기념 무덤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예수)의 음성을 듣고 나올 시간이 오고 있다˝. (요한 5:28) ˝그분은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죽음이 없고, 애통과 부르짖음과 고통도 더는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계시 21:4)
작가 함정임 씨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본 작품이해
´내 마음의 석양´이라는 제목은 각각의 글들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화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4개의 장면 혹은 그림이 개개의 글, 즉 ´세 개의 탑´, ´두 어머니´, ´언니의 반지´, ´등대 생각´으로 형상화되었다. 전체 제목 중 ´석양´이라는 단어는 화자 즉 작가의 슬픔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단어 선택이다. 빛은 각각 이동거리에 따라 다른 모습을 나타내는데, 석양은 지시적 의미인 지는 해라는 뜻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절정에서 꺾어진 모습 즉 좋았던 때가 지나간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그 예를 각각의 글들에서 찾아보았다. 우선 ´세 개의 탑´ 에서는 ´산 너머로 해가 꼴깍 넘어가려는 순간이었나. 갑자기 서편의 탑신이 환하게 불타오를 듯 빛이 났다. (중략) 두 개의 탑 사이로 한 사람이 그림자를 길게 늘이며 비틀비틀 걸어오고 있었다.´에, 다음으로 ´두 어머니´에서는 ´직각으로 공중에 걸려 있던 해가 경주역 광장을 가득 비추며 비스듬히 이탈하고 있었다.´에, ´언니의 반지´에서는 ´능선을 따라 스러지는 석양빛이 언니의 얼굴 위에 가득했다. 언니의 슬픈 얼굴이 그럴 수 없이 아름다웠다.´에 ´등대 생각´에서는 ´나는 해 저무는 바다와 등대 사이에 서서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활짝 웃어 보였다.
찰칵! 석양과 함께 바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에서 ´석양´이 묘사되었다. 그런데 한가지 공통점은 석양이 모두 글 마지막 부분에 묘사되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예들은 석양이 작가 말대로 화자의 슬픔을 나타내는 일종의 비유이자 문학적 장치라는 걸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첫 번째 글 속에 직접 언급되는 동탑과 서탑은 절에 실존하는 탑인데 세 번째 탑은 무엇일까?´ 궁금하여 작가에게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질문을 던지고 나니 아직 남편을 잃은 슬픔을 떨쳐버릴 수 없는 시기인데 그런 질문을 던졌다는 게 너무나 미안했다. 처음에는 약간 경계하던 작가는 친절히 질문에 답해주셨다. 부부는 부군이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감은사지 석탑을 여행하였는데, 그건 마지막에 주인공의 공포에서도 나타나듯 ´부재´하지만 형언 못할 존재나 시간을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결국 죽은 화자의 남편이 세 번째 탑이었다.
´등대 생각´에서의 등대는 문학을 상징하는 것으로 작가가 제주도 모슬포에서 남편과 ˝문학이란 등대보다 나은가?˝에서 시작해 문학의 역할과 향후 정체성에 대해 논하던 추억을 작품 내에서 정윤 오빠와의 영일만 장기곶 여행이라는 장치를 통해 독자에게 환기시켜 주려 했다고 한다. 작품 내에서는 민홍의 ˝위험에 처한 배에 메시지를 보내는 이 등대야말로 그 어떤 위대한 문학보다도 윗길의 존재인지도 몰라.˝라는 부분에서 그런 작가의 표현의도가 나타나 있다.
본인으로서는 이 작품의 사실 진술 자체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그랬더니 이 작품이 따로 동인문학상 수상 작품집 같은 데에 실려서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배경을 모른 상태에서 독자가 던져진 글만 보고는 이해하기에 어렵다고 시인하셨다. 그러면서 작가의 설명이 친절하지 못했다고 미안해 하셨다. 나는 ˝그럴 수도 있죠. 뭐.˝라며 사람의 마음이 여유가 없을 때에는 남에게 세심하게까지 친절할 수는 없다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그 말은 자제하였다.
´등대 생각´에서의 ´태평양´은 석양의 은은함과 같이 출구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문제가 풀리는 순간을 보여주는 장치로 도입한 것이라 한다. 이 소설의 문체가 담담한 이유는 슬픔을 극복하는 모습을 독자에게 적극적으로 전시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였다고 한다.
작가는 작품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끝나고 이런 말도 해 주었다. 작가가 글을 쓸 때에는 자기문제를 풀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런 경우였다고…
작가 함정임 씨는 이 소설에서 느껴지듯 전화 통화에서의 목소리도 상당히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분이었다. 겸손하고 친절한 태도와 상대를 배려하는 말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닌 훌륭한 어머니로 부군 김소진 님을 잃은 상처를 마침내 극복하고 훌륭하게 아들을 키워낼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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