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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종이 수염 |  | |
| ´흰 종이 수염´을 읽고... (쎄중)
흰 종이 수염! 사극을 볼때마다 난 양반들만이 가질수 있는 엄숙하고 위엄있는 기품을 한껏 겉으로 드러내 주는 것이 바로 턱 밑에 달려있는 하얀 수염일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내게 수염이 있었다면 꼭 길고 말것이라고 다짐하던 도중 내 눈에 ´흰 종이 수염´이라고 큼지막한 글씨로 써져 있는 책이 보였다. 정말 흰 수염도 아닌 종이로 만든 수염이라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궁금증을 갖고 책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1950년대 6.25가 일어났던 그 해에 국민학교 2학년생 동길이는 졸지에 아버지를 노무자라는 끔찍한 곳에 빼앗기고 만다.
몇달이 지나도 오시지 않는 아버지때문에 동길이는 사친회비를 밀렸다고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는 처지가 되는데.
꿈많고 할일도 많은 나이에 학교란 것 따위는 아무 필요 없다는 듯! 선생님의 호랑이 같은 화난 얼굴이 떠오르면서도! 기차만 보면 노무자에서 돌아오실 아버지만을 생각하며 철교 및 개울에서 한참 놀다가 집에 들어간 동길이니는!
하느님이 동길이의 마음을 읽으셨던지 방안에 아버지가 누워계셨다.
동길이는 얼마나 기뻤을까? 아마 아버지 주위를 뛰어다니면서 노래를 불러댔거나 아버지를 깨어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한다거나! 했을만한 나이에 동길이는 아주 점잖케 피곤하신 아버지 옆에 조심스레 앉아서 아버지의 얼굴을 제일 먼저 찬찬히 살펴보았다.
푹 패인 눈과 덥수룩하게 난 수염, 광대뼈는 더 튀어나오고.. 이런 몰골을 하고 계신 아버지는 노무자 나가시기 전에 입으셨던 그 하얀 윗옷을 계속 입고 계셨다. 그리고 마지막의 동길이의 눈길에 아버지의 오른쪽 팔이 없어진 것이 보이고 말았다.
아버지의 팔이 없어졌다면 나는 그 모습에 너무 동정이 가서 방 한구석에 가서 울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길이는 그렇지 않았다.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아버지에게는 불효자식이엿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팔 하나 없어진 것 쯤이 뭐 대수라고´하고 생각하듯 엄마가 만들어주신 수제비만을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동길이가 내가 보기에도 너무 미웠다. 그것이 아버지에게는 더 편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 것이라고 하였듯 팔하나 없는 동길이의 아버지에게도 할일이 생겼다,
바로 보잘 것은 없지만 극장에 선전원으로 들어간 것이였다.
거기에 쓰일 하얀 수염을 종이로 정성스레 자르고 다듬어 만든후 그다음 날부터 동길이의 아버지는 흰 종이 수염을 붙이고 광고판을 매달고 머리에 고깔 쓰고 메가폰에 입 대고 소리를 그야말로 오리처럼 꽥꽥 질러대는 것이 볼만 하였다.
허나 그것이 동길이에게 아픔이 될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동길이는 그런 모습의 아버지를 모고 눈물까지 돌고 심지어 아이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놀리는 소리에 동길이는 창식이에게 달려들어 죽고 살고 하며 마구 때려눕힌다.
얼마나 부성애가 강했으면 그랬을까? 나까지 눈물이 눈에 돌려고 하는것을 겨우 참으면 마지막 장을 펼쳤다.
아버지는 그런 자식을 보고 광고 선전원에 취직하게 되어 이일만은 솔선수범해서 하겠다눈 그 당찬 모습도 어디로 가버리고 종이수염과 광고판을 내던지고 동길이에게 달려든다.
난 이 ´흰 종이 수염´을 읽고 궁벽한 농촌에서의 민족의 비극과 사회의 병리현상을 발견했고 그 속에서 생활 속의 절실한 인정의 세계을 보게됬다.
동길이와 그의 아버지는 현실에서의 어려운 고비를 맛보지만 마지막으로 가서 삶의 긍정적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것이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피겠다는 목련꽃의 탐스러운 봉오리처럼 나도 이제부터 이 세상을 활기차게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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