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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금이 있던 자리 |  | |
| 작품명 : 풍금이 있던 자리
작가 : 신경숙
쓰여진 때 : 1993년
1. 수공작새의 코끼리거북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스포츠센터에서 근무를 마치고 나오자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우산이 없었던 저는 당시 심한 독감에 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는데 당시 제게 우산을 씌워준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는 제게 자신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자고 합니다......
그의 제의를 받은뒤 시골 고향집으로 내려왔습니다. 그가 그립습니다. 양잿물을 들이마신 것같이 쓰라리게 그가 그립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그에게 긴 장문의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2. 그 여자의 기억들
이 소설은‘내가’고향집에 내려와서 그에게 긴 장문의 편지를 써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편지를 써나가면서 차츰 나는 어린시절 아버지가 들였던 여자에 대한 기억을 살려나가며 그 여자와 자신의 모습을 대비해 나가고 있다. 즉 그 여자에 대한 기억은 일종의 원체험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그 여자는 그동안 내가 보아오던 시골에서 농사짓는 여자들과는 달랐다. 화사한 빛과 은은한 향기를 거느린 아름다운 여자였다. 어린 시절에 나는 그 여자를 은근히 동경하기 시작한다. 그 여자는 떠나면서 내게 “나처럼 되지말라”고 말을 했지만 나는 은근히 그 여자를 동경해 왔다.
3. 현실파악하기 그리고 운명견디기
나의 동경이 되었던 그 여자는 꿈과 환상의 세계를 상징하는 반면에 시골에서 농사짓는 촌스러운 여자들은 내가 벗어나고 싶어하는 지극한 현실의 세계이다. 나는 그 남자를 만남으로서 비행기를 타고 먼 곳 즉 꿈과 환상의 세계로 떠날 수 있게 되었지만 떠나기 전의 시점에서 현실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만나게 된 여자들은 하나같이 고되고 외로우며 구질구질하다. 새여자를 본 남편 때문에 다친 다리로 울며 줄넘기를 하는 점촌댁, 에어로빅 수업 도중에 통곡을 터뜨린 중년여자, 그 여자가 집에 들어오고 집을 나가버린 나의 어머니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같이 고통과 한숨만 있을 뿐이다.
결국 그 동안 나는 사랑이라는 꿈과 환상에 젖어서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집에 내려와 있을 때 소가 낳은 눈먼 송아지는 결국 이러한 나의 처지를 적절하게 보여준다. 즉 눈먼 송아지는 나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는 어린시절 그 여자가 봄날 열린 대문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떠났던 것처럼, 그 남자와의 약속을 어김으로써 그 남자와 나의 삶 모두를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불륜의 사랑에 대한 자신의 운명을 감당해내는 쓸쓸한 운명 견디기를 한 것이다.
이처럼 소설의 제목이 말해주듯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풍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만의 음으로써 자신만의 음악을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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