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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태형
무더운 여름. 다섯 평이 좀 못 되는 이 감방에 사십 명이 넘는 미결수들이 한숨도 못 쉴 정도로 꽉차 있었다. 잠도 사람들에게 서로 깔려서 자고 더위도 견디기 힘들었으며 종기, 옴, 탁한 공기 등 너무나 나쁜 최악의 상황이었다. 밀폐된 감옥 안에서 이 사십 여명은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정말 죽음보다도 더한 이 곳에서 일초만이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여기서 ‘나’가 절실히 바라는 것도 조국의 독립, 민족 자결, 자유, 가족과의 이별 보다도 냉수 한 모금과 맑은 공기일 뿐이다. ‘나’는 공판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보낸다.
엉덩이 종기를 핑계로 진찰실에 가서 동생을 만나고 돌아온 날 70대의 영원 영감이 재판을 받고 돌아 왔다. 태형 구십 도 형을 받은 영감은 나이가 있어 그 매를 맞으면 죽을 것 같아 공소를 했다고 하였다. 한 사람이라도 나가면 나머지 사람들은 넓은 공간에서 살 수 있으므로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한 패가 되어 ˝당신이 나가면 자리가 넓어질 것이고, 3·1 운동 때 총 맞아 죽은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 당신 혼자 더 살아서 무엇하겠느냐?˝ 고 윽박지르며, 다른 사람을 위해 공소를 취하하도록 들볶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을 해 그들의 동조도 얻었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저녁 때가 되어 영감은 죽을 각오를 하고 공소를 취하하겠다고 해 간수를 불러 이야기를 전했다. 간수는 영감을 데려 갔다. 영감이 태형을 받으러 가자 이기심으로 가득찬 ´나´와 감방 안의 다른 사람들은 자리가 조금 넓어졌다는 생각에 기쁜 빛을 감추지 못한다. 오랜만에 목욕을 하는 날이어서 모두들 즐거움에 젖어 이십초 동안의 짧은 행복을 느끼고 감방으로 돌아 왔다. 매를 맞더라도 목욕을 좀 더 할걸 하는 이도 있었다. 몇 시간 후 더위로 무감각해진 우리에게 태 맞는 사람의 단말마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첫째 사람은 서른대를 맞고 앓는 소리를 질렀다. 두 번째 사람은 한대 한대 때릴 때마다 기운 없는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나는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어젯밤 방에서 끌려 나가며 ´칠십 줄에 든 늙은이가 태 맞고 살길 바라갔소? 난 아무케 되든 노형들이나...´ 하며 말을 맺지 못하고 영감은 초연히 간수에게 끌려나갔다. 내쫓은 장본인인 나는 그를 죽음으로 내쫓은 양심의 가책으로 머리를 숙인 채, 감았던 눈에 흘러 나오는 눈물을 막으려 눈을 힘껏 감았다.
태형은 감옥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이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래서 여러 번 읽고 또 읽고 했는데 감옥이란 특수한 곳에서 이야기를 전개 시킨 것이 나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이 아니었었나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여기서 ‘나’라는 인물은 영원 영감을 억지로 태형을 받게 하고 결국엔 죄책감에 괴로워 한다. 이미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후회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걸 보니 그나마 아주 나쁜 놈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이기심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좁은 감방에서 한 사람만이라도 없어져 좀 더 편하게 지내기 위해… 조금의 공간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영원 영감을 억지로 태형을 받으러 가게 하는 부분에서 말이다. ‘나’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그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극적인 상황에서 양심을 버리고 마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하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렵고 힘들어지면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에게만 유리하도록 자신의 생각만 하고 만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이런 점은 고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반해 영원 영감은 자신보다도 남은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려는 마음으로 태형을 선택한다. 영원 영감이야 말로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만 잘되려고 하는 그런 이기심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남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그런 것이야 말로 우리 사회에 정말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만 생각하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않고 남도 배려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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