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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자 |  | |
| 산업혁명으로 시작되어 정보화 사회로 이어지면서 우리 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인류 모두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살기 바쁘던 모든 것이 원초적인 삶에서 자원의 개발과 기술의 발달로 여유가 생기고 모든 것이 풍부해지자 고차원적 삶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하루 24시간을 생계를 위한 생산활동으로 채웠던 삶을 넘어서서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문화적 활동과 배움의 욕구가 늘어나고 인생의 목적과 이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위의 모든 것의 근본은 가치관이라 할 수 있다. 도덕의식, 선과 악,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있어야 그 위에 질 높은 삶, 문화적 삶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가치관의 정립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옛말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가치관이 뚜렷하지 못한 사람을 가리켜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가치관이 없는 것이 아니라 환경, 돈 등 외부요인으로부터의 영향에 남보다 크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감자의 여주인공 ‘복녀’의 삶 또한 그러하다. 복녀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식이 강한 성격을 지녔다. 먼저 글 속의 내용으로 짐작해 볼 때 그녀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했을지 알 수 있다.
그녀는 분명 가족들과 남편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았고 스스로를 불쌍하고 가련하다고 여기면서 부정행위가 어쩔 수 없는 행위라 인정하며 떳떳하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행동했다. 이것은 남편의 게으름과 가난한 처지를 핑계삼아 잘못을 정당화시키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복녀는 농민의 자녀로 태어나 상속받은 재산이 조금 있는 것 말고는 볼품없는 20살 위의 홀아비에게 시집을 갔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져서 80원에 딸을 팔 수밖에 없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결정이고 지나칠 정도로 심사숙고 해야하며 독립적이어야 할 결혼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복녀는 농가의 유교적 전통 가풍 속에서 자란 처녀로 남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지식을 갖추었고 심성 또한 곱다. 성품이 바르고 노총각도 아니면서 적당한 재력가 정도는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의 삶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면 이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혜롭지 못하다는 말이 그녀에게 적합하겠다.
결혼 후 남편의 게으름과 노름으로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재산마저 모두 날리고 극빈자들이 모인다는 평양 변두리의 칠성문 밖 빈민촌으로 떠밀려 가게 된다. 세상이 무너질 듯한 절망을 느끼고 모든 것을 포기할 만도 한데 그녀에게는 아직 의지라는 것이 남아 있었다.
게으른 남편을 믿기보다는 이제 스스로 일어서서 생계를 꾸려 나가기로 마음먹고 국가에서 실시하는 송충이잡이 인부로 나간다. 처음 하는 돈벌이에 복녀는 몸이 고단하고 절망적인 순간도 보내야 했다. 그러다가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아채고 점점 더 깊이 그 일에 빠지게 된다.
복녀가 가지고 있던 도덕의식과 책임감에 대한 가치관이 아직은 있어 다시 일어서고자 했다.
바람직한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일이 돈이라는 생계수단 앞에 한순간에 무너짐으로 인하여 복녀의 가치관 또한 파괴되어져서 누구보다 더 짧은 시간에 타락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녀의 부정행위가 남편을 위하고 생계를 위한 피치 못할 희생적인 것이라고 단정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결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단정지은 오류이다. 처음 시작은 그러했을지 몰라도, 또 송충이잡이 인부로서의 부정 행위까지는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뒤의 복녀의 행동을 보면 그런 생각을 잠시나마 했던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이다.
그 날 이후, 감자를 훔치러 갔다가 만난 왕서방과 가까이 한 것은 그의 재산과 여자로서의 심리가 작용했다. 늙고 게으른 남편에게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왕서방에게서 느껴졌던 것이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라 할 수 있겠다.
힘들고 고된 삶 속에서 그는 복녀의 유일한 휴식처인지도 모른다.
또 왕서방의 속물근성이 둘 사이의 관계를 급격히 진전시켰다. 왕서방은 이 마을의 재력가로 이쁘장한 복녀를 놀이감으로 생각하고 적당한 돈을 주며 쾌락을 즐기고 자신의 외로움을 채우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부도덕한 행동이다. 이런 환경이라 해서 꼭 타락하게 된다는 법도 없고, 타락한 것이 정당하다는 법도 없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지만 감자를 훔치러 간 것부터가 본격적인 전락의 시작이었다.
복녀가 가치관이 확립되어 있고 조금의 지혜라도 있었다면 타락의 길에 빠지지 않고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남편의 게으름을 알아채고 이를 고치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뒷전에 서서 ‘돈은 남편이 버는 것이지.’하고 소극적인 자세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일어서려고 했을 때는 이미 재산은 몽땅 날아간 뒤인 최악의 상태였다. 늦은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부정행위는 남편과 생계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그녀는 갈수록 부도덕한 행동을 점점 더 즐기고 있었다.
쉽게 돈이 들어오고 남자들의 눈길을 받는 것이 그녀도 모르게 익숙해지고 거기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결국 그녀의 빈민촌의 삶 이전에 있던 모든 가치관들은 무너지고 겉모습만 화려하고 부도덕한 정신으로 바뀌었다. 왕서방의 아내를 죽인 것은 이런 정신이 그대로 드러난 일이다.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죽음뿐이었다. 왕서방과 남편으로부터의 버림으로 시신조차 제대로 옮겨지지 못했다. 복녀는 스스로를 무너뜨린 어리석은 여자라고 밖에 평가받을 수 없다.
그녀는 남보다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과 절망 속에서도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들은 그녀가 충분히 훌륭하고 존경받을 만한 삶을 살게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본능적인 욕구와 허영된 욕심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린 결과를 낳았다.
처음의 마음은 가족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계속된 부정적인 행위로 인해 그녀의 삶은 비난받을 만하다.
사람은 누구나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나라마다 사람들이 다르고 시골과 도시의 사람이 다르듯이 말이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고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에 불과하다.
다만 어떠한 외부적 요인에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가치관이다.
이것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일상적 삶에서는 결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어렵고 힘든 처지에 놓였을 때에도 자신의 위치를 지킬 줄 알고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지켜나가는 사람이 진정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그때마다 가치관이 흔들려서야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우리는 복녀의 삶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늦기 전에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가치관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아직 성숙되지 않은 나 같은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올바르고 뚜렷한 가치관은 꼭 풀어야 할 과제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버팀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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