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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눈물이다 |  | |
| 나는 눈물이다.
예전에는 71%의 수분과 18%의 탄소, 4%의 질소, 2%의 칼슘과 2%의 인, 그리
고 0.5%의 황과 0.5%의 나트륨과 0.4%의 염소로 되어 있었고 아주 극소수의
구리와 망간, 아연 따위로 이제껏 살아 왔었다.
그러던 어느날 71%의 수분이 거이 눈물로 배출돼 요즘 살아가기가
좀 그래졌다. 그래서 요즘은 나 자체가 눈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눈물임을 믿어 주지 않는다.
어제만 해도 700g의 지방이 눈물로 바뀌어 내 몸을 빠져나갔는데 말이다
그걸 사람들은 내가 먹지 않고 계속 울기만해서 자꾸 말라 간다고 한다.
킬킬킬.
어쩌면 그렇게 단순하고 멍청한 생각들 속에 살아가는 것일까?
무언가를 꾸역꾸역 처먹었을 때에는 섭취한 그만큼 살이 찌겠지만,
바꾸어 말하면 무언가를 꾸역꾸역 처먹지 않았다는 것은
살이 찔 기회를 안 주었을 뿐이지
어떤 다른 작용으로 내 살을 빼앗아갈 아무 근거가 없는데 말이다.
살아가기가 좀 그래진 이유는 어떤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 어느 얼굴을
내가 보고 싶어 한다는 것과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는
단 두 가지 이유뿐인데, 사람들이 날 보는 눈빛은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어제는 병원에 갔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는 내 증상의 검사 결과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담배를 많이 피워 폐가 좀 검기는 하지만 숨 쉬는데 이상이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자꾸 숨이 쉬어지지 않아 다시 그 병원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의사가
진찰 대신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아무래도 내과보다는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옳을 것 같다나?
신경 정신과……!
킬킬킬.
그래 숨만 편히 쉬게 해준다면 어딘들 못 가겠느냐 하는
생각으로 신경 정신과를 찾았다.
어떤어떤 모양을 한 어느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입니까?
글쎄, 그게 언제였을까? 내 방에 달력은 한 달에 한 번 찢는 달력이 아니라
그걸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달수로 세어 보면 한참 전일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 얼굴이 보고 싶으면 당신을 어떻게 달래나요?
달랜다? 나를?……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달랜다고 참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몸무게를 줄인다고, 시원하게 소리내어 울어 본 적은 없지만
그저 울고만 있는다고 얘기해 주었다.
얘기 중간에 신경 정신과 의사가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언제나 이런 식으로만 우나요? 한 번 소리내서 울어 보시죠. 한꺼번에
많이 울어 버리면 좀 덜할 텐데.
건네받은 손수건을 다시 건네주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러면 안된다고, 그
렇게 마음만큼 울었다가는 얼마 살지 못하니까 이런다고 했다.
왜냐하면 나눈 눈물이기 때문이라고…….
예전에는 71%의 수분과 18%의 탄소, 4%의 질소, 2%의 칼슘과 2%의 인, 그리
고 0.5%의 황과 0.5%의 나트륨, 0.4%의 염소로 되어 있었고, 아주 극소수의 망
간과 아연 따위로 살아 왔었는데, 어떠어떠한 모양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되면서
부터는 71%의 수분이 거의 눈물로 배출돼 더 이상 마음만큼 생각만큼 울어 버리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당신이 가슴 속에는 온통 그 얼굴에 대한 기억이 들어 있기 때문에 공기가 들
어갈 틈이 없는 것입니다. 그 기억을 조금만 버리시고 편히 숨을 쉬고 사시지요.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걸었다.
그 기억을 버리라고? 멍청하긴, 웃기는 소리! 내가 이만큼이라도 살아가는 게
무슨 이윤데. 그 이유를 버리라고! 버리는 그 순간 바로 죽어질걸…….
왜 그걸 모르고 있을까, 사람들은?
나는 눈물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눈물이 되어 살아가는 것에 조금의 후회도 하지 않는다. 그녀
의 생활이 될 수 없어서, 그녀의 위안이 될 수 없어서, 그녀의 기쁨이 될 수 없어
서, 그녀의 남자가 될 수 없어서 그녀의 그리움 속에 사는 눈물을 택했을 뿐이다.
오늘밤은 조금 덜 울어야겠다. 조금 전 신경 정신과에서 준비 없이 그녀를 언급하는
바람에 꽤 많은 양의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매일밤처럼 울었다가는 아마도
얼마 못 갈 것이다.
생체 리듬이 갑자기 바뀌면 좋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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