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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그랬을까? |  | |
| 왜 그랬을까요?
절대 그럴 상황들이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불안했었는지, 그때는 나를 아끼고
있었는데, 그게 분명하다는 걸 내가 느끼고 있었는데……
내가 먹고 싶어하는 것을 함께 먹어줄 때도, 어울릴 거라며 입혀주었던 보라색
남방도, 멜로디가 좋다며 들려 주었던 음악도, 이 사람이 분명히 나를 위하고 있
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으면서도 어떤 행동에서도 늘 불안해지곤 했었지.
나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느껴지던 그때도 순간일 뿐, 돌아서고 나면 왜 그
렇게 가슴시리던지. 어쩌면 너무 사랑해서라고 단정지어 버릴 수도 있지만, 꼭 그
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 불안함이 늘 사랑과 함께 내 옆에 서 있었지.
이러구 말아야지! 이러면 둘 다 힘든 거야! 하면서도 문득문득
스쳐가는 불안함에 어쩔 때는 치를 떨기도 했었는데,
내가 이러는 것이 이 사람 잘못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짜증나게 되고 초라해져 가고…….
따지고 보면 오히려 나보다 더 나 때문에 힘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병이야!
내가 병이야! 하면서도 내가 고칠 생각은 안하고
그 사람이 조금 더 내게 성실하기만을 바랐었지.
자판기 커피를 두 잔 놓고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었던
벤취에서 내일의 만남을 약속하며 일어설 때,
어쩌면 언젠가 이 벤취만 봐도 아까 떠들던 어느 대화가 기억나
무척 슬플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지. 그때 그런 생각들을 만든
내 가슴을 찢어버리고 싶지만 어차피 이젠 더 찢어질 가슴조차
남지 않았으니, 대가를 받는다면 그 나름대로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것이고,
아마 그때 알았다면 이러고 살지는 않았을 텐데.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때 한 번 충실하게 그 사람에게 다가가 볼
걸 하니,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산다고 나를 그렇게까지 보호해야 했을까? 오히
려 그 사람이 더 나를 지켜주려 했었는데. 그렇게 해주었을 때 받고 살았던 그
사랑 반만 돌려 주었어도 얼마나 예쁜 연인이 만들어졌을까?
내가 더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는데.
가끔 빈 술잔 기울이며 생각에 잠겨 있다 보면, 이래도 싸지, 오늘을 만든 건 나
야 할 때마저 있으니 눈물을 훔치다가도 헛웃음이 나오지. 더 웃기는 건 그렇게
까지 나를 감싸며 기억 속에 안 남겨두려 했던 모든 일들이 다 내 몫으로 돌아
와,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니 어디가서 본전을 찾아야 할지.
사랑은 그야말로 바보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거였는데.
왜 그랬을까요?
정말로 치사한 생각이었는데. 나와 헤어지면 지금 내게 하는 모든 행동 새로 생
긴 사람에게 똑같이 하겠지. 그러다 나와 함께했던 카페도 가고 식당도 가고 공
원도 가고……, 어디든 가는 곳에 나와 함께였다는 생각은 못하고 새로 생긴 그
사람과 즐겁게 웃고 나를 잊어가겠지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들을 했었는데…….
그 시간에 그 따위 생각이 들 때 차라리 그 사람을 더 챙겨줘 볼 걸.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다고 했던가!
다시 뭘 어째보겠다는 생각조차, 나 스스로가말이 안된다고 느끼는
지금에야 사랑했어요 보다 더 미안하고 진실하게 말해 주고 싶어지곤 하지.
왜 그랬을까요?
라고 도대체 그렇게 불안했던 이유가 나한테 있었는지, 그 사람한테 있었는지.
그래도 양심은 남아 있는지, 미안한 건 알고 사는 건지. 이별만큼은
참으로 성실하게 하는 나를 그 사람은 알고 있을까? 언제나 내게 멍청하다고
했는데 너무너무 멍청해서 사랑엔 불성실했지만 이별만큼은 참으로
성실하게 하고 있는 건데 이런 나를 보면 어떤 표정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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